차량파손돼도 자차보험 등 미가입시 보상 받기 어려워
"출현 지역서 반드시 서행운전… 경적 울려 쫓아내야"

농작물 피해방지단이 돼지콜레라 검사를 한 후 멧돼지를 1톤 차량에 옮기는 모습.
제천지역 도로에 뛰어든 야생 멧돼지가 차량에 치어 죽은 후 로드킬 처리업체 트럭에 실리고 있다.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백주 대낮에 도로에 뛰어들어 달리던 차량과 충돌하는 등 '멧돼지 로드킬'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개체수가 늘어난 멧돼지들이 먹이활동을 하다 출몰하면서 벌어진 일인데, 사고를 당한 운전자들은 보험에 가입해 있어도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백모씨(53·제천시 수산면 오티리)는 지난 1일 오전 10시께 친구 농사일을 돕기 위해 1톤 화물차를 몰고 집을 나서 왕복 2차선 오티리~수산면 소재지 방향 도로를 운전하다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산에서 내려 온 체중 150㎏ 가량의 멧돼지가 눈깜짝할 사이 도로에 뛰어들어 트럭 앞부분 범퍼와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멧돼지와 충돌한 1톤 화물차량 모습.
멧돼지와 충돌한 1톤 화물차량 모습.


손을 쓸 새도 없었던 백씨는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럭 범퍼가 파손돼 인근 충주시내 공업사에서 60~70만원의 견적서를 받아야 했다.

백씨는 즉시 보상을 받기 위해 보험사에 사고 원인을 알렸다. 하지만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자기차량손해(이하 자차 보험)'에 가입했다면 수리비 일부를 손해보험사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지만, 백씨는 이를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인·매물 보험은 들었지만, 이 역시 가해자가 동물이기 때문에 보상을 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행히 운전자 보험에 가입한 백씨는 견적에는 못미치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사고 순간을 생각하면 2차 사고가 나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린다.

야생동물 전문가에 따르면 번식기를 맞은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산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잦다.
 

멧돼지와 충돌한 화물차량 모습
멧돼지와 충돌한 화물차량 모습

이에 따라 야생동물 출현 지역에서는 반드시 서행 운전을 해야 한다. 만일 멧돼지를 만날 경우 상향등을 켜면 멧돼지가 도로에서 멈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경적을 울려 피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백씨 사례처럼 로드킬을 당한 멧돼지는 농작물 피해방지단 등 관련단체가 나서 돼지 콜레라 검사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처리된다.

제천시와 관련당국에 따르면 멧돼지가 포획되면 먼저 조직검사를 하게 된다. 열병이 걸린 돼지와 걸리지 않은 돼지는 따로 냉동 보관된다. 어느 정도 물량이 되면, 위탁받은 업체들이 소각장으로 보내 사체처리 한다. 이에 따른 비용은 5톤 차(280마리) 1대에 대략 278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백씨는 "야생동물들이 밤에 도로 위로 올라와 로드 킬을 당하는 것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대낮에 멧돼지가 도로를 횡단하는 것은 처음 본 것 같다"며 "한적한 시골길이어서 2차 사고가 나지 않은 것만해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천시는 지난해 멧돼지 998건, 고라니 2923건, 까치·까마귀 1800건 등 유해야생동물을 포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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