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본회의 통과 실패하면 개정안 자동 폐기… 관심 필요

편집자

모든 국민이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제공받아야 한다. 하지만 충북은 타 광역시도 만큼 많은 사법수요가 있지만 가정법원이 설치돼 있지 않다. 이에 지역에서는 충북지방변호사회를 중심으로 가정법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가정법원 설치 추진 과정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청주 가정법원 설치가 본격화 된 것은 2020년부터다. 당시 충북지방변호사회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재판 청구권'과 관련한 불공평한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가정법원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역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31일 청주지방법원 등이 있는 서원구를 지역구로 한 이장섭(민주당·청주서원) 국회의원이 '각급법원의설치와관할구역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법안 발의의 명분은 명확했다. 청주지법의 경우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소년보호사건은 64%(1천240→2천40건), 가정보호사건은 2배(669→1천393건)가 넘게 늘었다. 아동보호사건은 53건에서 271건으로 늘면서 5년 새 400%의 증가율을 보였다.

청주지법 소년·가정·아동보호사건 처리 현황 (2015~2019)
청주지법 소년·가정·아동보호사건 처리 현황 (2015~2019)

가정법원 담당 사건 중 아동보호사건은 시대 흐름에 맞춰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청주지법은 총 464건의 아동보호사건을 처리했다. 2015년에 비해 773%나 폭증했다.

사건수와 인구수로 비교해 봐도 청주지법의 가정법원 설치는 합리적이다. 2025년 가정법원 설치를 앞둔 창원지법 가사사건 연간 3천500건 수준으로 청주지법(3천200건)과 비슷하다.

충북보다 인구수가 적은 울산시는 2018년 가정법원 설치가 이뤄졌다. 17개 광역시도 중 가정법원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은 충북과 전북, 강원, 제주 4곳이다.

다만 법안 발의 이후에도 청주 가정법원 추진 속도는 매우 더디다. 법안은 2020년에 발의됐지만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된 것은 2년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이다. 안건 상정으로 법안 심사가 본 궤도에 올랐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올해 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개정안은 자동 폐기된다. 본회의 통과를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한다. 개정안 폐기 시 다시 법안을 발의하고, 소위상정 등 절차를 밟는 절차를 거친다면 앞으로 2~3년은 더 지나야 논의가 본격화 된다. 그 사이 충북도민들은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잃게 된다.

충북지방변호사회도 올해 법안 통과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유달준 공보이사는 "충북도내 여론 형성을 위해 지역 토론회를 준비 중이고,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공감도 필요한 만큼 국회토론회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지역토론회는 4월로 예정돼 있다. 국회 토론회는 5월 중 열린다.

가정법원 설치에 대해 청주지방법원도 반기는 분위기다.

가정법원은 가족·친족 사이 신분관계 등을 둘러싼 분쟁사건(가사사건),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률에 따른 가족관계등록사무 감독 및 가족관계등록비송사건, 소년비행에 대한 특별처리절차가 적용되는 소년보호사건 등을 심리·처리한다. 이 사건들은 일반적으로 민사사건이나 형사사건의 처리 절차에서 요구되는 법원의 사법적 기능 외 법원의 적극적인 후견기능과 복지·행정적 기능을 필요한다. 최근 전국적으로 이슈가 된 '청주 상간남 자녀 출생신고 사건'도 영아의 보호조치 등 행정적 기능을 필요로 하는 가정법원 사건이다.

이런 복잡한 사건 수천건을 청주지방법원 판사와 직원들이 나눠하는 만큼 가정법원 설치를 통한 업무 배분을 원하고 있다.

앞서 이승훈 전 청주지방법원장도 "현재는 가정법원의 업무를 지방법원 소속 판사들과 가사과, 종합민원실, 총무과 등에서 일부씩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며 "법원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가정법원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주에 가정법원이 설치된다면, 가사사건, 가족관계등록사무의 감독 및 비송사건, 소년보호사건 등의 처리에 신속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고 법원의 후견적 기능과 복지·행정적 기능이 더욱 충실하게 구현됨으로써 질 좋은 사법서비스의 제공과 민원인의 편의가 증진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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