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신문화관서 사진전·출간기념회

▲ 백송-보은군 보은읍 어암리 탁골

김공수 교수 '큰 나무를 찾아서' 출간

예로부터 조상들은 나무가 집안과 마을을 지키는 신령스런 무엇이라고 여겼다. 세계 여러나라의 신화에 등장하는 나무 역시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의미로 쓰였다. 때로 나무는 완전성과 순환성, 통일성을 상징하는 매개로 사용된다. 사람들의 삶을 묵묵히 끌어안고 서 있는 존재, 그것이 나무다.

여기 나무를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 마을의 역사를 서술한 책이 있다. 이름난 문필가도, 소문난 사진작가도 아니지만 공력을 다해 쓴 한권의 책을 내놓고 조그만 전시회를 여는 이 사람, 정년을 앞두고 있는 충북대 화학공학부 김공수(65) 교수다.

김 교수는 8일 오후3시 충북대 개신문화관 2층 전시실에서 정년퇴임기념 사진전과 함께 책 출간기념회를 갖는다.

3년 전 처음 사진기를 잡기 시작할 즈음, 함께 책을 엮는 사진작가 정인영씨는 목표를 정해 셔터를 누를 것을 충고했다. 이후 배움의 길로 접어든 1년 6개월 동안 그는 줄곧 물과 돌과 소나무와 대나무를 렌즈에 담아왔다.

이런 이유로 전시회 주제는 ‘水·石·松·竹’, 책 제목은 ‘큰나무를 찾아서’이다. 사실 정년퇴임을 기념해 마련한 전시와 출간은 교육과 연구 성과의 갈무리라기보다 새로운 인생행로에 대한 선언적 의미가 짙다.

“제자들과 개신가족, 지인들을 위해 조용하게 마련한 행사입니다. 분명한 것은 퇴임후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았다는 것이고 그것이 사진이라는 것입니다. ”

이번에 출간된 ‘큰나무를 찾아서’에는 수령이 500년 이상인 천연기념물과 보호수 등 충북지역의 대표적 나무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수(守護樹)이면서 치성을 드리던 큰 나무를 김 교수는 ‘사람들이 살아온 역사의 증인’으로 설명했다.

청주 중앙공원에서 넉넉한 풍채로 서 있는 1천3백여년된 압각수를 시작으로 나라의 큰 변란이 있을 때마다 슬프게 운다는 오창면 양지리의 은행나무, 귀신쫓는 청원군 강외면 공북리의 음나무 등 모두 45그루의 큰나무 사연이 담겨 있다.

김교수가 가장 아끼는 사진은 보은 어람리 탁골의 백송. 비록 수명이 다해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됐지만 꼿꼿하게 뻗은 나무줄기의 아름다움 만큼은 탁골의 백송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거수들이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죽어가는 현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약 100여그루의 나무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문화재 보수 실태의 심각성도 깨달았습니다. 이름만 보호수이지 가지만 남고 90%이상 죽어가고 있는 나무들을 비롯해 밭 가운데 혹은 산속에 방치돼다 시피한 경우도 볼 수 있었습니다.”

‘큰나무를 찾아서’ 출간에는 김 교수 이외에도 사진작가 정인영씨와 구일회씨가 참여했다. 이들은 발간사에서 이 책이 큰나무를 찾아볼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김공수 교수는 충남 부여가 고향으로 지난 1971년 충북대 화학공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재직 30주년을 맞아 ‘생활과 삶의 여정에서’를 출간했으며 지난해에는 사진의 길에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2005 한국흑백사진 페스티벌 전시에 참가했다.

퇴임후 고향인 충남 부여에서 밤나무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는 그는 400여그루의 밤나무와 사진기가 새로운 삶의 활력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한다. 정년퇴임기념 사진전은 오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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