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뻔뻔한 세상이다. 부끄러움을 모른다. 의롭지 못한 행위에 대해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신에게 이로우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취하는 이들이 널린 사회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이 그렇다.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마음이 이들을 떠난 지 이미 오래다. 그저 깃발을 따라 좌충우돌할 뿐이다.

우리의 정치권을 바라보는 뜻 있는 이들은 그저 안타까워하며 한탄한다. 이러다가는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정치권의 여야가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힘겨워하는 국민은 제쳐두고 자신들이 발등에 떨어진 불똥을 끄기에 정신이 팔려있는 모양새다. 거짓이 판을 치고 포퓰리즘이 난무하며 팬덤정치가 대세를 이루는 세상이 되어 자신만이 국민의 유일무이한 대변자라는 정치인이 활개를 치고 그에 취하여 판단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소리 지르고 휩쓸리며 무섭게 행동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두려워 침묵하기도 한다.

헌정사상 첫 제1야당 당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가결표가 부결표보다 1표 더 많았지만 가결에 필요한 149표에 10표가 모자랐다. 민주당은 검찰의 영장청구의 부당함이 확인됐다는 입장이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방탄으로 이재명의 강에 빠졌다며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거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당규까지 변경하며 치르는 선거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정치인들이 자의든 타의든 출마를 포기했고 결선에 진출한 이들이 뜻을 함께하는 같은 당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하게 하는 이전투구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양당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바라보는 국민은 혀를 차며 우리 국민이 복 없음을 한탄할 뿐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회의 의석을 채우고 있는 국회의원은 바로 우리가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지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 우리는 크게 실망하고 있다. 결국 그들을 선택한 우리 자신에게 더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정부 형태는 국무총리가 존재하지만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중심제 국가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왕조시대의 왕권보다도 강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의 권한 또한 엄청나다. 국회의원은 권한은 막강하지만 책임질 일은 없는 가장 좋은 직업이라는 세간의 소리도 있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또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를 구성하는 고위직 인사들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고위층의 지도자들이다.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또 있기는 하다. 문화 예술·체육계의 스타들이 그렇고 교육계의 수장들도 지도층 인사들이다. 요즘은 기업의 CEO나 뛰어난 개발자들도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들 지도층의 역할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이들이 부정을 저지르고 부패하면 나라 전체가 후진 사회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참 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는 곧 사회 지도층이 부정을 저지르고 부패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나아지기는커녕 양심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럽고 부끄러움은 아예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지도층이 이러면 그 무질서가 점점 사회 각층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웃을 일이 거의 없는 살기 힘든 세상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선진국 대열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 지도자들이 큰소리치는 세상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다시 가난의 구렁텅이로 떨어질 것이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우리의 지도층 인사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을 갖고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애처롭게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가슴 속에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들이 겸손하여 다른 이에게 사양할 줄 아는 사양지심(辭讓之心)을 갖으라고 강권하긴 힘들겠지만, 제발 의롭지 않은 행실을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만은 양심의 주머니에 담고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의 지도자들이 의롭지 못한 짓을 했더라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느리게라도 우리 사회는 점차 나은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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