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당직의사 부족 응급환자 타지로… 진료 공백 현실화

홍승화 충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홍승화 충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충북 임산부들의 마지막 보루, 충북대병원 산부인과를 이끌고 있는 홍승화 교수는 무거운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고된 일상으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었지만, 지금 당장 자신의 몸을 돌볼 여유가 없다. 그에게는 이미 현실화된 야간 의료공백이 가장 큰 걱정이다.

"한 달 중 6일의 야간당직을 책임져 준 동료 교수가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 공백이 현실화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 공백을 매울 해법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홍승화 충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홍승화 충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충북대병원 산부인과는 일반 산부인과 병원에서 대응 할 수 없는 임산부 응급수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탓에 산부인과 교수 5명은 1년 365일 중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병원을 지켰다. 그런데 지난달 한 교수가 사직하면서, 4명의 교수만 남았다. 한 달 720시간 중 야간 84시간의 공백이 발생했다. 1년으로 따지면 1천8시간이다. 

"지난달 22일과 이달 4~5일에 충북대병원 산부인과는 야간진료를 보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당시 충북에서는 산부인과 관련 응급환자가 없었지만, 앞으로 당직의사가 없는 날 발생한 응급 환자는 충남세종병원이나 대전 병원으로 보내야 합니다."

야간 의료공백이 발생하자 '일단 상황이 급하니 남은 4명의 교수가 하루씩 더 당직을 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홍 교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홍승화 충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홍승화 충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현재 교수들은 한 달에 6일씩 당직을 서고 있습니다. 당직을 선 다음날도 예정된 수술을 해야 하고, 외래진료를 봐야 합니다. 그 어떤 환자도 전날 밤을 샌 의사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싶지 않을 겁니다. 환자를 위해서, 지금보다 당직일을 늘리는 것은 불가합니다."

실제 홍 교수는 8일 오전 3시에 내원한 코로나 확진 임산부를 진료했다. 수술은 오전 8시부터 진행됐다. 수술이 끝난 직후에는 이미 예정돼 있던 다른 일정을 소화했다. 이미 과부화가 걸릴 대로 걸린 상황이다.

홍 교수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신임 교수 모셔오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펠로우 수련까지 마친 의사들의 판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다. 지방에 있는 국립대 교수직에는 대부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산부인과 펠로우 수련을 하고 있는 서울 여러 병원에 연락을 했지만, 워라밸도 없는 지역 국립대 산부인과 교수를 선호할 의사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제가 가르친 제자들도 '교수님처럼 살기 싫어요'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말을 반박할 수 없습니다."

홍승화 충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홍승화 충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결국 홍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은 지역의 출산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결국 펠로우 수련을 거친 의사들을 충북으로 오게 하려면, 충북도의 예산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향후 최소 2년여 간은 야간 의료공백이 지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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