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제1586차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관련 정부안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제1586차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관련 정부안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이웃 나라지만 일제 강점기로 인한 반일 감정은 오늘도 국민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있다.국수주의나 피해자 코스프레가 아니다.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과 다른 행보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독일은 전후 프랑스 등 전쟁 피해국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배상했다. 프랑스는 과거를 모두 잊고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독일과 모든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해방된 지 78년이 지났는데도 식민지 통치 기간 자행한 위안부와 강제 징용, 고문 등 과거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식민지 직접 피해 당사자에게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1965년 한일 협정으로 배상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이다.오히려 한국 근대화에 공헌했다며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했다.

역대 정부는 일본에 사과와 배상 등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해 반일 감정을 자초하고 있다.윤석열 정부가 지난 6일 강제 징용 판결 문제 해법을 발표했다.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지원재단이 2018년 3건의 대법원 확정 판결 원고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 이자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3자 배상으로 일본 기업은 배상 책임에서 빠졌다.또 "현재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원고 승소할 경우에도 판결금 등을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윤석열 대통령은 주례 회동에서 "오늘 강제 징용 판결 문제 해법을 발표한 건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거들었다.

일본은 환영했다.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건전한 한일 관계로 되돌리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정치, 경제, 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제 징용 피해자와 야권은 정부 발표에 거세게 비난했다.피해자 지원단체는 "행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짓밟은 2차 가해이자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폭거"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김영환 충북지사가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한국 외교사 최대 치욕이라는 논란이 확산하고 가운데 정부 발표를 옹호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김 지사는 이날 SNS에서 "나는 오늘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애국심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통 큰 결단'은 불타는 애국심에서 온다"고 주장했다.김 지사 글에 수백 개의 찬반 댓글이 달려 지역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한국과 일본은 영원히 적으로 지낼 수 없다.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 한일 문제는 두 나라가 상호 동등한 위치에서 풀어야 한다.국민 감정을 외면한 일방적 추진은 국민 반감만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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