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 SNS 캡처

충청권에서 발생한 친일 논란으로 전국의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3·1절에 세종시 한솔동의 주민은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 일장기를 게양했고, 이 소식은 전국으로 퍼져 국민의 공분을 샀다.

게다가 이 주민은 지난 7일 보수단체인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주최로 세종호수공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일장기를 흔들며 "평화의 소녀상을 당장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이날 집회에서 "소녀상은 조각가의 그릇된 역사 인식과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투영된 거짓과 증오의 상징물이자 위안부 사기극의 선전도구일 뿐"이라며 "거짓과 증오의 상징인 소녀상을 당장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35년간 우리나라를 침탈하고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는 민심을 향해 '그릇된 역사인식' 이나 '적개심'으로 폄훼한 것을 보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다.

이런 논란의 불구덩이에 기름을 부은 이가 김영환 충북지사다. 

김 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내 무덤에도 침을 뱉어라'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나는 오늘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라며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옹호했다.

이 제목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생을 다룬 전기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인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이 유신독재를 자행했지만 한편으로는 '근대화'를 이끈 공로도 재평가 받는 것처럼, 김 지사 자신의 발언이 지금 당장은 욕을 먹어도 나중에는 진정한 평가를 받을 것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김 지사는 지난 11일 SNS를 통해 "저의 글에서 문맥은 보지 않고 '차라리 친일파가 되겠다'라는 한 문장을 따로 떼어 논점을 흐리고 저를 친일파로 만들어 버리는 분들께 이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SNS 글 중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에 대해 지는 것이 차라리 이기는 것이다'(3월 7일)라는 대목과 '시간을 갖고 일본의 변화와 각성을 촉구해야 한다'(3월 9일)는 부분을 언급한 뒤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우리 정부의 자세를 굴욕을 삼키는 용기라고 칭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생 시를 쓰고 모국어를 사랑해 온 저의 이런 반어법이나 문학적 표현조차 왜곡해 애국의 글이 친일로 순식간에 변해 버리는 이 기막힌 화학 변화를 그저 바라봐야 하는가 하는 탄식이 저절로 새어 나온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충남도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충남·충북 지사 교환 근무 계획을 취소했다.

내부에서 교환 근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거셌고, 충남 공무원노조는 '친일파가 되겠다는 사람이 충남 일일 도지사가 돼서는 안 된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위정자는 말이든 글이든 대외적 표현에서 국민여론을 감안해야 한다.

자신의 글로 분열되는 상황은 어떤 해명에도 잘못한 일이다.

고물가·고금리로 민생이 어렵다.

국민에게 괜한 오해와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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