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출산율 감소의 까닭은? 무엇보다 비혼과 출산 기피다. 일과 육아 병행 곤란, 만혼, 양육. 교육. 주거비 부담, 부부 중심주의와 현실 지상주의, 꿈의 상실 등이 비혼과 출산 기피를 부추긴다. "아이가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닌 '원하지 않는 부담 혹은 다루기 힘든 선택의 대상'이란 벡 게른스하임(독일 학자)의 주장을 되새겨 볼 만하다. 출산은 '삶의 리스크'다.

둘째 사회 모순, 사회병리, 불확실한 미래다. 아이가 소중하고 사랑스러워 출산을 피한다. 정치 혼란, 남북한 이데올로기 대립, 범죄나 인간성 상실, 빈곤 등 위기사회와 사회병리 현상에 아이를 내몰 수 없다는 역설이다. 젊은 세대는 아이 안전과 안녕을 담보하는 사회안전판이 부실과 붕괴 위험에 처했다고 믿는다.

셋째 결혼개념의 변화다. 결혼은 대를 잇는, 종족 번식 행위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성적 쾌락에 더 무게를 둔다.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결혼의 전통적 가치관이 사라지면서 저출산율은 "종족 번식이냐 성적 쾌락이냐? 이것이 문제다."로의 귀결이다.

마지막은 사회관계 개념의 변화다. 디지털 시대 이후 초 시공간적 사회관계가 형성된다. 실시간 영상소통이 가능하고, 저장된 메시지로 시공간을 초월해 사회관계를 맺는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로 전락해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별을 따야 하는 데 하늘을 볼 수 없고 보려 하지도 않는 셈이다. 나 홀로 삶이 충분한 사회환경 역시 반려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비혼과 출산 기피를 막을 수 있을까? 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국가는 휘청거리는 사회구조를 정립하고, 능력이 대접받도록 노동시장을 개선하고, 무한경쟁과 무모한 교육열을 부추기는 교육체계도 손봐야 한다. 사회관계망에 낀 불순물, 부패물, 부조리를 제거하고 윤활유를 쳐야 한다. 디지털 기기에 매몰된 청년을 사회로 불러내고, 결혼 가치관도 바꿔줘야 한다. 이를 위해 일자리 제공, 아이 키우기 좋은 직장 조성, '저녁이 있는 삶'의 문화 정착 등이 시급하다.

김동우 논설위원
김동우 논설위원

이대로 가면 종족 유지 전선에 구멍이 뚫린다. 국가 붕괴를 넘어서 인류멸망이다. 아이는 부모의 꿈과 기대가 응축된 존재다. 낳고 싶어서 낳고, 낳기 싫어 안 낳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젊은 세대와 국가 모두 출산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데다 해결책을 떠넘기는 바람에 초저출산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아포리아(apori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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