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1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미국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지점 모습. 이 은행은 SVB에 이어 위기설이 나오면서 이날 주가가 60% 폭락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미국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지점 모습. 이 은행은 SVB에 이어 위기설이 나오면서 이날 주가가 60% 폭락했다. /연합뉴스

미국내 자산순위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 (SVB)가 파산에 돌입해 세계 금융시장은 패닉상태에 들어가 충격파에 휩싸였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자산 2천90억 달러의 대형 은행이 무너지는 데는 불과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3일 SVB의 파산과 관련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SVB 파산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SVB 파산 요인, 사태 진행 추이, 미국 당국의 대처,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정우택(청주 상당) 국민의힘 국회 부의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외 금융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충격 최소화 선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경기 침체로 부실위험이 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PF) 리스크 등 우리 금융권 전반의 건전성과 유동성을 점검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VB는 지난 40년간 실리콘밸리의 주로 미국 스타트업과 테크기업들의 자금줄을 대온 혁신금융의 상징이다. 이러한 SVB의 파산은 실리콘밸리 생태계 붕괴를 넘어 지난 2008 년과 같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SVB의 파산 배경에는 미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SVB는 테크기업들의 호황으로 대량 유치된 예금을 안전 투자처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와 정부 보증 채권에 투자했는데, 미 연준이 공격적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채권 가격이 폭락한데다 이를 알게된 예금자들의 예금 인출이 맞물리면서 파산으로 내몰린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고강도 긴축은 한국 경제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강달러는 원·달러 환율 불안으로 이어져 물가와 무역수지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1.25%p 수준인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급격한 자본 유출 리스크도 우려된다. 또 SVB 붕괴 여파가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국내은행들은 SVB와 실리콘밸리와 직접 관련이 없고 채권투자비중이 크지 않다고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SVB는 스타트업 등 기술기업에 대한 대출, 보증, 투자 같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술 혁신과 창업 생태계 조성을 촉진해 왔으나 이번 일로 이런 기업들의 자금 조달과 성장에 차질이 생겼다. 이는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인 국내 스타트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대외 취약성 때문에 미국이 기침을 하면 우리 경제는 앓아눕는 양상이 반복돼 왔다. 당국은 우선 국내 기업의 SVB 예치금과 손실 여부를 신속하게 파악해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정부 당국은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안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해야 하며, 한국은행과 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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