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김영환 충북지사가 친일파 발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지난 7일 김 지사는 SNS에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3자 배상안을 지지하며 "나는 오늘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라는 글을 올렸다. 정치권과 사회단체는 국민 감정을 무시한 굴욕 발언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 지사는 "애국의 글이 친일로 변했다"고 해명했지만 파문이 가라앉기는커녕 확산하고 있다.'친일 발언과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는 국민 감정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국민은 광복 70년이 지났는데도 일제 강점기 36년 동안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잊지 못한다.올림픽과 월드컵 등 스포츠 경기에서 성적이 나빠도 일본과 싸움만 이기면 박수치고 환호한다. 김 지사의 친일파 발언 논란은 그래서 스스로 비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지난 9일 '김영환 충북지사 친일 망언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영환 지사의 SNS 글을 보고 충북 도민은 엄청난 충격과 분노에 빠졌다"며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하는 피해자와 국민을 향해 '사과를 구걸하지 말라'고 쏘아붙이는 김 지사의 정신 세계는 도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못해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오천도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대표도 이날 도청 본관 앞에서 "'친일파가 되겠다'는 것은 도지사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라며 "충북 도민이자 청주 시민으로서 심각한 모욕감을 느낀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충북 제천 시민단체들도 반발했다.지난 14일 시청 정문 앞에서 김 지사 제천 방문 저지 집회를 열었다.이날 집회에는 제천의병유족회, 민족문제연구소 제천단양지회, 민주시민사회단체협의회, 더불어민주당 제천단양지역위원회 등 8개 단체가 참여했다.이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김 지사가 SNS에 올린 글은 의병 운동으로 일제에 의해 도시가 잿더미로 변한 제천 시민을 모욕했다"며 "김 지사의 사과 없는 방문을 결사 반대한다"고 주장했다.이어 "김 지사는 '일본의 사과와 참회를 요구하지도 구걸하지도 말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면서 "제천을 방문하면 온 몸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김 지사 발언을 거들었다.성명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국민의 아픔을 알면서도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고 한미일 공조 정책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의도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이어 "어려워져 가는 한일 관계를 무시하고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 민주당 행태는 잘못된 처사고 비판 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했다.

김 지사의 발언 파문으로 도정 활동에도 제동이 걸렸다.충북도는 지난 14일 제천시 연두 순회 방문에 이어 17일 진천군 일정을 연기했다.이들 지역 사회단체와 공무원 노조 등이 김 지사 방문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충북도 관계자는 "도민 근심을 덜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으며, 나머지 시군 일정은 아직 변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충북도·경기도 상생발전 업무협약 체결을 위해 오는 17일 충북을 찾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일정도 전격 보류됐다.경기도가 방문 일정 연기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충북도와 경기도는 이날 도청 소회의실에서 '농업·관광·수출 등 경제 분야와 인프라 구축 분야 상생발전 협약'을 맺을 예정이었다.겉으로는 협약 안건 조율 과정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해 연기했다고 한다.하지만 민주당의 친일파 공세와 김 지사의 임호선 충북도당 위원장 고발 발언으로 충북행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달 16일 김 지사의 충남도 일일 명예도지사 일정도 충남도 공무원 노조가 강경 대응을 예고해 무산됐다.

한기현 논설고문
한기현 논설고문

김 지사는 "정부의 3자 변제 해법이 과거사에 대한 일본 책임이 없다거나 그걸 용서해 준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하지만 백 번을 양보해도 김 지사의 친일파 발언은 국민 감정선을 넘었다.비난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충북 도정을 책임지는 도백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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