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현장 /중부매일DB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현장 /중부매일DB

전국적으로 대형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대전 아울렛 화재' '제천 스포츠타운 화재' 등 충청권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대형 화재는 세월이 지나 잊힐 법도 하지만, 국민의 뇌리에는 아직도 엊그제 일처럼 하나하나 생생하기만 하다. 이러한 대형 화재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국가 개조'에 준하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곤 했다. 그러나 잇따라 발생하는 대형 화재를 보고 있자면 상황은 아직 개선되지 못한 듯하다.

아직도 충청민들이 생생하게 기억하는 현대아울렛 대전점 화재가 발생한 지 167일만에 또다시 대전에서 큰 불이 났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에서 9년 만에 또 화재가 발생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02년 이후 대전과 금산 공장에서 5번이나 대형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 한국타이어 측은 불이 날 때마다 후속 조치를 했다고 했지만 반복되는 화재로 관리 소홀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당국이 현장 합동 조사를 벌였지만,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재가 잇따른다는 점에서 관리가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1979년 준공돼 연간 2천30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공장이다. 이번 화재로 샌드위치 패널로 된 내부 8만7천여㎡가 전소됐다. 또 타이어 제품 21만 개가 불에 탔다. 한국타이어 측은 공장시설은 모두 정기적으로 소방 점검을 받고 법에 따른 소방방재 시설도 설치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화재가 반복되면서 공장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에서 100m 떨어진 50층 높이 고층아파트는 1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기에 노출되면서 집안이 그을음과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다. 주변 음식점과 옷집 등도 연기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입문을 잠근 채 오전 영업을 포기하는 곳도 있었다. 공장 반경 1㎞ 내 학교는 학생들 안전을 고려, 등교중지를 결정했다.

이번만큼은 정확한 진단과 책임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직도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안전불감증을 뿌리 뽑아야 한다.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고 근본적으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다시 말로만 안전, 계획으로만 세워진 대책은 대형 화재가 되풀이될 뿐이다. 단순히 제도를 개선하는데 중심을 둬서는 안 된다. 결국 국민 모두 안전불감증을 완전히 떨쳐 내야 한다. 제도개혁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식개혁도 동반돼야 한다. '설마'하는 안일함과 '나는 아니다'라는 안전불감증은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국민이 주변에서 끊임없이 화재 위험 요소를 찾아 스스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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