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건폭과의 전쟁으로 여론이 뜨겁다. 건폭이란 건설 현장에서 협박과 갈취를 일삼은 폭력배를 말한다. 그런데 독특한 게 있다. 건폭이 협박하는 방법이 민원의 제기란 것이다. 건폭은 주먹보다는 민원을 사용한다. 왜 그럴까? 법보다 빠르고 주먹보다 파괴적인 것이 민원이기 때문이다. 왜 민원을 협박의 도구로 사용할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기업이 어디 있는가? 또한 민원을 넣으면 관(官)이 움직인다. 그러니 악의적 민원인은 불법을 목적으로 공적 기구를 이용하여 기업을 협박하면서 이익을 취한다.

민원이 이렇게 악용되는 동안 민사법과 형사법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기업이 민폭에 대응하여 대응하여 법정에서 싸우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A4 한 장도 안 되는 민원이면 각 부처의 수많은 공무원들이 빠르게 그리고 수차례 기업을 방문하여 점검하고, 듣고 보도 못한 행정법을 들이민다. 관(官)은 처리 기간 내에 득달같이 와서 가해자의 민원(A)에 대해서만 점검을 하는 것이 아닌 A부터 Z까지 점검하고, 기업은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하고 지적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공적 도구인 민원으로 괴롭히는 것에 대응하여 기업은 어떤 방어 도구가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없다. 기업이 악의적 민원에 왜 공무원이 움직이냐고 항의하면 기업이 잘못이 없다면 현장 점검에 대해 두려워 할이유가 없고 이건 공무(公務)이며, 기업은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 형식적으로 보면 공무이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불법한 협박의 도구에 불과할 때에도 관(官)은 민원인의 말만 듣고 기업을 상대한다. 그러니 민원의 창구로 대표적인 신문고의 북소리가 들리면 기업은 악의에 찬 가해자에게 무릎 꿇고 사정할 수 밖에 없다. 그게 행정법상 처벌과 벌금, 과태료를 부담하는 것보다 경제적이고 현명하다.

현재의 국민신문고는 조선의 태종 1년 8월 1일, 의정부의 상소를 받아들여 억울한 사람은 신문고를 치도록 한 것에 유래한다. 그런데 바로 3년 후 의정부에서는 여러 상소가 올라온다. 내용인즉 '신문고는 좋은 법이고 아름다운 뜻이지만 최근 사람들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문고를 치고자 하고, 이로써 관리를 위협합니다. 신문고는 간사한 무리가 기망(欺罔) 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신문고는 설치되자마자 폐단이 시작된다. 그런데 현행 민원처리법은 신문고(민원)의 폐단에 대한 대응책은 거의 없이 만들어졌고, 부당한 민원에 대한 기업의 대응책은 전혀 없이 제도는 움직이고 있다. 그러니 태종 때와 같이 간사한 무리(건폭, 민폭)가 민원을 이용해서 기업을 협박(기망하는 도구)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건폭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민폭을 해결하는 것이다. 다만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민폭을 근절할 법규의 마련과 적극 행정이 필요한 때이고 무엇보다 민원에 의한 폭력, 공공을 가장한 악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기풍이 서야 할 때이다. 그래서 앞으로 신문고의 북소리가 간사한 무리의 기망의 도구가 되는 것이 아닌 억울한 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아름다운 뜻만이 들리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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