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 위해 20~30대 여성 인구유출 관심 가져야"

편집자 주

지난 2017년 출범한 충북여성재단은 성평등한 충북 실현을 위해 정책개발과 문화확산 중심에 서있는 기관이다. 민·관 거버넌스와 네트워크 구심점 역할 뿐만 아니라 여성구술사 발간 및 자료화 등 지역의 문화자원 구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취임한 이후 올해 3월 연임을 통해 실무형 리더로서 진취적이고 색깔이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박혜경 대표를 만나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박혜경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박혜경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지난 17일 오전 방문한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사무실에는 청주페미니스트네트워크 '걔네'가 제작한 달력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박혜경 대표의 지역단체와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충북에서 일하면서 행복한 것은 일만 열심히 하면 일로써 평가해주시고 지지와 격려를 해주시기 때문이다. 새해인사로 어떤 분께서 '재단이 훨씬 활기가 있어졌다'고 말씀을 주셨는데 힘이 난다. 도청뿐만 아니라 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에 감사한다. 행사에 기꺼이 와주시고 도와주시는 것들을 보면서 재단이 소용에 닿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느낀다."

여성의전화 문화홍보부 간사부터 시작해 인천발전연구원 인천여성정책센터장, 강원도 여성가족연구원 연구개발부장 등 박혜경 대표의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무형 리더'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전 연구자 출신이지만 실무를 바닥부터 배운 사람이다. 대학 졸업 후 유니세프에서 1년정도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복사와 북카드 정리, 홍보일이었다. 대표가 실무를 잘 알면 직원들이 힘들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가 지역여성정책연구기관들이 만들어지던 초기부터 일해왔기 때문에 이 조직에서 풀어야 할 과제와 사명을 잘 알고 있다. 처우 관련 등등 문제같은 것들 말이다. 최대한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의전을 줄였다. 대표 모시기나 불필요한 수행 등을 없앴다. 작은 조직이기에 대표와 중간관리자도 관리만 아니라 실무도 해야 한다. 결재를 위한 사전보고는 이메일로 대체했다. 대표는 문서에 의견을 달아 답신하고 필요시 전화하거나 짧은 회의를 요청한다. 일을 최대한 빨리 처리해주기 위해서다. 회의도 짧고 간결하게 끝낸다. 환경보호를 위해 주간회의는 종이회의자료 없이 모바일로 하고 있다. 다만 문서를 수정할 때는 방향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왜 수정됐는지에 대한 이유도 분명히 알려준다. 사실 대표로서는 힘든 일이지만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지키는 원칙 중 하나는 퇴근 이후 카톡 업무는 배제한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업무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박 대표는 취임 2년간 재단의 위상을 높이고 혁신적인 조직운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원들의 보수체계 정비부터 연구와 사업에 대한 평가 및 관리체계 강화, 위·수탁 사업 확대 등 내실을 다져왔다. 이는 지난 9개월만의 충청북도 출자·출연 기관 경영평가 최하위에서 4위로 올라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TF팀을 꾸리고 직원들의 월급체계부터 바로잡았다. 경영팀과 교육팀을 분리시켜 회의실 대신 팀 사무실로 분리시키는 일도 했다. 업무성격이 다름에도 한 공간에서 비효율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았다. 팀별 회의공간이 생겼고, 작은 회의는 제 사무실에서도 한다. 비전 추진체계를 세우고 계획과 성과를 이어가는데 주력했다. 직원들 처우개선도 중요하지만 공익을 위해서 일하는 기관임을 기억하고 평판관리에 신경써야 된다고 생각했다."

박혜경 대표는 인터뷰 중간중간 '충북에서 일하니 행복하다'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똑같이 일하는데도 인정받을 수 있어 만족한다는 뜻을 뭘까.

"여러 곳을 거쳐 일하다 보니 일보다는 정치적인 것에 더 열과 성을 다하시는 분들을 종종 목격했다. 일에는 관심이 없고 동창회 모임 등 사적인 일로 네트워킹을 다져가는 분들이 있었다. 충북에서 일하면서 행복했던 대목은 정직하게 일만 해도 인정해 줄 뿐 아니라 일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조직의 정체성과 윗분도 잘 모셔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도정이 잘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상부의 비위만 맞출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잘 잡도록 도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민간재단을 두는 이유다. 제가 직원들에게 원하는 것도 저의 방향이 틀렸다면 제게 쓴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스파링파트너가 있어야 조직도 지역도 발전한다고 믿는다."

재단은 지난해 '할아버지의 부엌' ,'성평등 축제', '아빠 육아·가사 사진 공모전' 등 여성만 아니라 성별, 세대, 지역을 아우르는 다양한 대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올해 중점 추진하는 연구나 사업에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혜경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박혜경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남성들은 주로 부부싸움이나 비난 등 부정적인 인식으로 성평등에 대해 배우고 있다. 성평등은 여성이기주의가 아니다. 이처럼 오해받을 수 있는 소지를 줄이고 젠더관점에서 남성의 삶도 설명할 수 있음을, 나아가 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에는 남성노인의 사회적 고립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30 청년여성의 인구유출에 대해 중점 연구하고 있다. 지방소멸지수를 많이들 걱정하지만 그러면 20~30대 여성 인구유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방소멸지수는 20~30대 여성인구수 대비 65세 노인인구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의 문제과 직결된다. 수도권으로 이주해 간 친구들을 가지고 있는 청주의 젊은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덕분에 이런 연구를 실행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여성단체 역량강화 프로그램과 문화활동가로서 교육도 적극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수탁사업, 기금사업 등을 통해 도정발전의 실질적인 파트너인 여성단체의 성인지 역량이 지역에선 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충북지역 대학엔 여성연구소도 없고 성평등에 관심 가진 연구자들도 수가 적다. 일할 인재가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양성평등 전문가도 기르고 단체의 역량을 키우는 여성재단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충북 제2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이 수립되는 시기다. 성평등 정책환경이 도전적인 변화에 직면해 있는 만큼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획수립 과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1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혜경 대표는 어릴 적 부모님이 사주신 한국단편문학전집 25권짜리를 당시 양주동 박사가 책임감수한 국어사전 표지가 떨어질 때까지 단어를 찾아가며 읽었다. 사회과학도지만 그림그리기가 취미였고 소설과 시 등 문학은 생활의 일부로 여긴다고 했다. 연극도 좋아하는데 특히 부조리극에 열광한다고도 전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하던 박 대표는 존경하는 여성학자나 운동가가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국에서 여성운동 해오신 여성단체들과 선배들과 저와 같게 혹은 다르게 활동하고 계신 열정적인 활동가분과 연구자들 모두를 존경한다."

 

▷박혜경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이력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여성학과 졸업(가족 전공) 및 문학박사
-전 인하대 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전 강원도 여성가족연구원 연구개발부장(일반임기제 5급 지방행정사무관)
-전 일리노이 대학교(어바나 샴페인, 미국) 동아시아 언어와 문화학과 박사후 연구원
-전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전 (재)인천발전연구원(현 (재)인천연구원) 인천여성정책센터장
-전 여성의전화(현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문화홍보부 간사
-전 국가인권위원회 성차별전문위원회 위원
-전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가족친화인증위원회 위원
-현 한국여성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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