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현금성 복지 공약인 '어르신 감사 효도비' 집행이 늦어지고 있다. 감사 효도비는 80세 이상 어르신에게 연간 10만원씩 지급하는 충북도의 노인복지시책이다.지난해 12월 기준 대상자는 8만4천221명으로 연간 84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충북도는 올 예산에 편성했지만 보건복지부 사회보장협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충북도는 지난해 10월 감사 효도비 지급 사업 협의 신청서를 복지부에 제출했지만 5개월이 되도록 답변을 받지 못했다.복지부 협의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기존 사업과 중복성,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필수 절차다. 늦어도 다음 달 협의 결과가 나온다고 하지만 청주시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청주시는 출산육아수당처럼 높은 시군 분담률에 불만을 표출해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이 사업의 시군 분담률은 70%로 충북도 30%의 2배를 넘는다.충북도가 요청한 청주시 분담 예산은 20억7천만 원이다.

청주시는 또 이미 조례에 따라 1930년 12월 31일 이전에 태어난 어르신에게 월 4만 원의 장수수당을 지급해 감사 효도비와 중복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감사 효도비는 경제개발협력지구(OECD) 1위 노인 빈곤율 오명을 해소하기 위한 충북도 차원의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한다.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4명이 가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2021년 노인 빈곤율은 37.6%로 조사됐다.전년 38.9%보다 1.3%p 떨어졌다.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지만 세계적으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2018년 만 66세 이상 기준 OECD 노인 빈곤율 조사에서 한국은 43.4%로 전체 1위에 올랐다. OECD 평균 13.1%의 세 배를 넘는다.

노인 빈곤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려면 어르신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하지만 국가 재정상 무한정 늘릴 수 없다.지난해 11월 '감사 효도비가 기초연금과 중복된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컨설팅 결과도 나왔다.

감사 효도비가 포퓰리즘이라는 일부 주장도 나온다.1년 효도비가 1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한 달에 1만원도 안 된다.노후 생활에 실제 도움이 될 지 미지수다.그래서 보여주기식 시책이라는 말을 듣는다.

분명한 것은 충북도의 감사 효도비가 저출산과 청년 문제로 집중된 국가 정책에서 외면 당한 노인 자존감을 높이고 어르신을 공경하는 지역 사회 분위기 조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르신들이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우리나라 노인 복지 수준은 세계 꼴찌다.노인 복지 예산은 지나쳐도 부족하다.지방 정부는 예산 타령에 앞서 노인 복지 향상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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