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유엔이 지정한 환경기념일이다. 1993년 이래 세계 곳곳에서 물 부족과 수질오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기념행사를 전개해 왔다. 해마다 각종 세미나와 포럼, 캠페인, 공모전, 체험전 등 떠들썩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올해 충청북도 물의 날 기념식은 대청호 내 청남대에서 열린다. 미호강포럼이 주관하는 '미호강에 꿈을 담자' 도민 아이디어 발표대회와 병행한다. 청남대와 미호강은 각각 충북지역의 물 관련 현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현안이다.

미호강은 최근 협력의 중심에 서 있다. 충청북도와 환경단체는 미호강 맑은물 사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정책협의체계 구성에 합의했고, 그 결과 2022년 10월 미호강포럼을 발족하였다. 이후 대토론회, 분과별 포럼, 통합포럼 등 활발한 협력활동을 펼치며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제시 및 정책과제 도출에 전념해 왔다. 도민아이디어 발표대회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는 행사이다. 물론 미호강포럼도 순탄한 과정만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하여 발족할 예정이었으나 견해 차이와 협의 부족으로 불과 이틀 전에 행사를 취소하였다. 그 후 7개월이 지나고서야 미호강포럼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였다. 앞으로도 수많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청남대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정책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최근 청남대 활용과 대청호 보전을 둘러싼 논란과 협의가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청남대 방문을 계기로 쏟아져나온 많은 이야기들, 기대와 우려들 때문이다. 김영환 도지사는 SNS를 통해 청남대 활성화와 지역 발전을 위한 결정적인 국면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피력하였고 언론사들은 마치 청남대의 규제 빗장이 풀리기라도 한 것처럼 보도하였다. 환경단체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청남대의 활용내용과 수위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충청북도와 환경단체 간의 대화는 시작되었으나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물은 무슨 생각을 하며 흐를까? 물은 색과 맛과 냄새가 없다. 지구 표면의 3/4을 덮고 있으며 강물, 지하수, 바닷물의 형태로 존재하며 수증기나 얼음 상태로 변하기도 한다. 지표면의 물이 증발하여 대기 중 수증기가 되고, 수증기가 응축되어 구름이 되며, 비와 눈이 되어 지표면으로 내린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힘찬 강물이 되고 넓은 바다를 이룬다. 이렇게 순환하며 기후를 형성하고 지형을 변화시킨다. 물은 생명을 잉태하고 생물체를 구성한다. 인체의 75%, 동식물의 60~90%, 미생물의 95%를 차지한다. 물줄기는 생명의 요람이자 문명의 젖줄이다. 사람이 생활하는데 7.5~15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농경과 산업활동을 위해서도 용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생명체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물, 물이 흐르는 하천, 물이 모이는 유역이다. 수주합이원각이(水主合而原角李), 물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 시작하여 서로 합쳐진다는 뜻이다. 물방울이 모여 도랑이 되고 도랑이 모여 하천이 된다. 물은 스스로 모이지만 모으는 역할도 한다. 특히 사람을 모은다. 작은 내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고 큰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된다. 하나의 유역은 동일 생활권을 형성한다. 모은다는 것은 품는다는 것이다. 사람도 품고 사람들이 쓰고 버린 오염물도 품는다. 물의 마음은 포용력이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도시화와 인구증가,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환경의 변화로 인해 물오염, 물부족, 물환경관리 등 물을 둘러싼 분쟁은 심각해졌다, 포용력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미호강이 협력의 중심에 있지만 갈등의 불씨는 곳곳에 남아있다. 청남대가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상생의 대안을 찾지 못할 것도 아니다. 논란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논란과 갈등을 협력과 상생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이 세계 물의 날에 물의 마음을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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