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량 평년 절반… "모내기도 못 할 판"

편집자

봄철 농번기를 앞두고 있지만, 농민들은 답답하다. 해마다 오르는 농약과 농자재 가격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최근 들어 가뭄으로 인해 밭작물이 말라가고 있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다. 코로나19로 막혔던 외국인 근로자가 속속 입국하고 있지만 치솟는 인건비에 농사를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뭄 상황에서 인건비는 치솟고 농약과 농자재 가격마저 상승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청권 농촌 상황을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했다.

 

청주시 흥덕구 내곡동의 한 밭에서 농부가 마른 땅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중부매일DB
청주시 흥덕구 내곡동의 한 밭에서 농부가 마른 땅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장병갑 기자]  "심어놓은 마늘, 콩 등이 가뭄으로 다 말라 죽고 있어요."

극심한 봄 가뭄으로 농심이 타들어 가고 있다. 홍성군 홍동면에서 5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밭을 볼 때마다 걱정이 이마저만 아니다. 메말라가는 밭을 보며 급한 마음에 지하수를 이용해 물을 뿌려주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A씨는 "마늘, 콩 등 작물이 다 말라가고 있다"며 "지금 밭농사도 문제지만 모내기까지는 2개월 정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가뭄이 더 지속된다면 모내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음성 삼성면 청용리에서 비닐하우스를 이용해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김봉기씨(61). 이 지역은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지하 관정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 다른 곳에 비해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벌써 지대가 높은 곳에 있는 농가에서는 지하수가 풍부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가뭄이 지속되면 수박 농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청주시 흥덕구 내곡동의 한 밭에서 농부가 마른 땅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중부매일DB
청주시 흥덕구 내곡동의 한 밭에서 농부가 마른 땅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중부매일DB

27일 청주기상청에 따르면 충북지역 올 3월 강수량은 21.4㎜에 그쳤다. 이는 전년도 3월 79.3㎜에 비교해 3배 이상 낮은 강수량이며 지난 2021년 3월(85.8㎜)과는 4배 이상 적다. 지난 2월 강수량도 4.4㎜에 불과했다. 지난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월 평균 강수량 46.9㎜에 비해서도 2배 이상 적은 상황이다.

대전과 세종·충남지역 올 누적 강수량도 평년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령과 서산 등 충남 서북부지역의 식수원인 보령댐 수위도 줄면서 가뭄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보령댐 저수율은 29%다. 지난해 평년 37.8%로 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다.  이에 따라 금강의 물을 댐으로 끌어오기 위한 도수로가 가동, 11만5천t을 공급받고 있다. 대청댐도 지난 22일 기준 저수율이 51.9%로 전년 61.3%보다 10% 정도 낮아졌다. 

충남도는 주의 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부터는 하천유지용수를 최대 80%까지 추가 감량할 예정이다. 충북도는 도내 저수지 747개소 저수율이 91.7%로 당장은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가뭄이 지속되면 준설, 관정개발, 양수기 구입 등 도의 예비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A씨는 "가뭄으로 땅은 굳어가면서 초기 생육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생산량의 차이가 있거나 생육이 안 좋다 보면 병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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