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2021년 말 인상 깊게 읽었던 조사 결과가 떠올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한국 등 선진국 17국 성인 1만 9,천명을 상대로 한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What makes life meaningful)?"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다. 지난 자료가 퍼뜩 뇌리에 떠오른 이유는 지난해 한국 출산율이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17국 가운데 14국이 삶의 의미 1순위로 '가족'이라 답했다. 나머지 가운데 스페인은 1순위로 '건강', 타이완은 '사회'를 꼽았다. 한국은 1순위로 '물질적 풍요'를 택했다. '가족'은 2위도 아닌, 3위로 밀렸다. 타국과 비교해 한국인은 가족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는 대목이다.

이는 정신문화의 성숙 없이 물질문명의 독보적이자 기형적 발달에 따른 배금주의(拜金主義)의 영향으로 보인다. '돈이면 다 된다.'는 의식이 행동을 지배하는 등 돈의 신격화 현상이 팽배해 있다는 점에서다.

삶의 의미에서 '가족'이 3위를 차지한 것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얘기다. 조사대상국 82%가 '가족'을 1위로 택한 데다 '가족'은 인구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가족'은 두 남녀가 결혼해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 요소인 데다 인구 재생산의 유일한 전통적 수단이다. '가족'의 정의가 변하고 있지만, 자녀 출산과 양육 그리고 사회화 기능의 중요도는 시공간 초월해 무시할 수 없다.

가족의 가치 절하는 비혼, 무자녀, 만혼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젊은 세대는 출산을 '삶의 리스크'로 여긴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율 하락은 불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김동우 논설위원
김동우 논설위원

가족의 가치 절하에 따른 사회병리 현상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98국 가운데 꼴찌다. 2021년에 이어 최하위다.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여성 1명이 1명도 낳지 않은 셈이다. 출산율 1.3명 미만을 '초저출산'이라 한다. 한국은 2002년 1.28명을 기록해 초저출산국에 진입했다. 1명 이하로 출산율 하락은 2018년 이래 5년째다. 출산율 1명 미만 국가는 OECD 38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가족의 가치와 출산율은 분명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출산율 증대를 위한 정책 가운데 무엇보다 가족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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