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미국서 재판받는 틈 타 유출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회사대표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 사이 자사 산업기술을 빼돌린 임직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충북경찰청(청장 김교태)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은 28일 고성능 송풍기 설계도면 등을 빼돌린 H사 전 임직원 A씨 등 6명과 법인 1곳을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3년여 에 걸쳐 회사 영업비밀인 송풍기 설계도면을 USB나 개인 이메일 등으로 유출했다. 이후 이들은 동종업체(2015년 1월)를 설립, 이 기술을 활용해 영업행위를 했다. A씨가 회사를 설립할 당시 H사 대표 B씨는 미국에서 가택구금 된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H사 측은 그간 매출액 및 과거 기술 이전비용 등을 근거로 이 사건 피해액이 3천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이들이 사용한 노트북과 하드디스크, 이메일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영업비밀 유출 정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 사건에 대한 결백을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경찰이 이런 수사결과를 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회사의 피해금 관련 주장은 터무니 없는 내용"이라며 "검찰 단계에서 억울함을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H사 대표 B씨는 2010년 고성능 송풍기를 미국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국내생산 제품에 '미국 내 조립(Assembled in USA)'이라고 표기하는 등 원산지 표시 관련 법을 위반했다.

이에 미국 연방검찰은 지난 2012년 B씨를 '연방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상대 사기 미수' 등 8개 혐의로 그를 기소, 우리나라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2015년 1월 국내에 머물던 B씨를 미국으로 보냈다. 충북 경제계에서는 'B씨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거부해 달라'고 탄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사이 H사는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밟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폐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의 사법절차를 정리한 B씨는 귀국 이후 송풍기 관련 업계에서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