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일수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충북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장)

선거는 현대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직접적인 참여를 대신해 국민의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국가의 통치 질서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제도이다.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들에게 위임을 통해 대표 역할을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위임은 다른 사람에게 나를 대신하여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나를 대신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정책을 집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선거는 사람들이 정부에서 일할 대표자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선출된 대표자는 유권자를 대신하여 정책 결정을 하고, 유권자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집행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대표자는 유권자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고 공익을 지향하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3년 4월 5일 실시되는 재·보궐선거는 한국의 대의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이벤트이다. 그러나 최근 지방선거에서 나타나듯, 유권자의 저조한 투표 참여율은 큰 문제이다. 저조한 투표 참여율은 당선자의 대표성을 훼손하는데, 이는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을 더욱 조장한다.

국민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선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정치 권력에 대한 불만 등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선거에서 당선된 정치인들이 좋은 정책을 발굴하고 이를 법제화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인기 영합적인 정책, 당리당략에 편승하는 의정활동에 몰입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이처럼 대의민주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한 선거의 기능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를 보면서 미국의 저명한 의회 연구자인 리차드 페노(Richard Fenno)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역구 의원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의회 정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른바 '페노의 역설'을 지적하였다. '페노의 역설'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안타깝다. 개별 의원 중에서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의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대다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김일수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충북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장)
김일수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충북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장)

청주시의회의원 보궐선거를 포함하여, 오는 4월 5일에 실시되는 재·보궐선거는 전국의 총 9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1명, 기초단체장 1명, 지방의원 6명, 교육감 1명을 선출하는 선거이다. 선거가 대의민주주의에 긍정적 기능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권자 스스로 자신이 주인이라는 주권 의식을 가져야 하며, 선거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여기에 다양성과 포용성을 수용하면서 민주적 선거를 통해 대의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한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선거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선거를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여 국민 스스로가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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