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권오중 시인·가수

해마다 3월이 오면 온누리가 우렁찬 소리로 가득하다. 꽃과 새싹들이 봄이 왔다고 환호작약하는 소리가 들린다. 봄을 알리며 지저귀는 산새들의 노랫소리와 눈과 얼음이 녹아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도 정겹게 들려온다. 살갑게 다가오는 봄의 소리와 새뜻한 향기로 가슴이 설렌다.

봄을 깨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산새들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산사에서 풍경소리와 목탁소리가 잠든 영혼을 깨운다. 그 소리에 화답하듯 봄이 깨어나는 소리가 온천지에 진동한다. 힘겹게 땅을 비집고 나오는 새싹들의 외침, 딱딱한 껍질을 째고 나오는 꽃망울의 함성.

우수에 겨우내 얼었던 대지를 따뜻한 햇살과 부슬부슬 봄비가 토닥였다. 경칩에 땅속에 잠들었던 영혼들이 화들짝 놀라 잠을 깨면, 매서운 동장군을 이겨낸 봄이 개선장군처럼 보무도 당당하게 천지를 진격한다. 희망의 북소리를 울리며 풀이 죽었던 생명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유난히 주황색 군자란의 함성이 크게 들려온다.

또한 3.1절 태극기를 흔드는 바람에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조선의 독립을 세계만방에 알리기 위한 몸부림이며 절규였다. 아우내에서 '대한 독립 만세'를 목놓아 외치던 유관순 열사의 목소리.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던 한용운의 결기에 찬 목소리와 은유적으로 님을 외치던 절창의 시 '님의 침묵'이 가슴에 사무친다.

서해 수호의 날 행사가 3월 24일 열렸다.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에 열린다. 이날은 북한의 서해도발 사건으로 희생된 호국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2010년 3월 26일 금요일에 일어난 점을 고려해 정해졌다. 제2 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서해도발 사건을 기억하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북돋기 위해 제정되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립현충원 묘역에 참배했고 현직 대통령 최초로 용사 55명 이름을 한 명씩 부르는 '롤콜(roll-call)'로 위훈을 기렸다. 미국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미국을 만든다. 이것이 미국이 세계 최강이 될 수밖에 없는 미국의 저력이다. 미국은 국가의 보루인 군인들을 최고로 예우한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안보다. 따라서 국가를 지키다 희생된 님들을 최고로 예우를 하여야한다.

봄이 오면 꾀꼬리처럼 싱그러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매스컴에 울려퍼진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박재란이 부르는 '산너머 남촌에는' 노래가사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절로 신바람이 난다. 이렇게 님은 먼 바다를 건너 최남단 제주도에서 꽃을 피우며 육지로 씩씩하게 걸어온다.

님은 먼 바다에서/봄바람 타고/꽃망울 터뜨리며 오십니다//

님은 저 남녘에서/꽃가마 타고/새색시인 양 가슴 설레며 오십니다

님이 오는 길목마다/아지랑이 피어나고/님이 가는 걸음마다/향그런

꽃내음이 납니다//

님이 지나는 들녘에는/파릇한 생명이 도란도란 속삭이고/님이 스쳐가는 산등성이에는/산새들이 싱그런 노래를 부릅니다//

님이 피운 새순에서/꿈이 돋아나고/님이 지은 꽃잎에서/사랑이 피어납니다(님 권오중)

무심천에 벚꽃이 피면 장관을 이룬다. 4월초에 피던 벚꽃이 올해는 3월 넷째 주 토요일 3월25일에 만개하였다. 수만 송이 벚꽃이 일제히 팡파르 울리며 샴페인 터뜨리던 날 난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하얀 면사포를 쓴 화사한 벚꽃들이 현란한 군무群舞를 추며 뭉게뭉게 꽃구름 피우던 날 벌들도 흥에 겨워 윙윙거리며 춤추고 있다.

권오중 시인·가수
권오중 시인·가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눈부신 벚꽃의 환상적인 퍼레이드에 자동차가 숨죽이고 서있고 해일처럼 몰려드는 인파에 봄이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 19로 그동안 벚꽃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다 이제는 마음껏 벚꽃구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벚꽃이 지기 전에 님(벚꽃)을 찾아 어서 나서보자. 무심천 벚꽃을 못 보면 조금 늦게 피는 우암산 도로나 대청댐 가는 길로 나가 벚꽃구경을 하며 오랜만에 봄을 만끽滿喫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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