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씨(사진 왼쪽)가 지난 28일 김문근 단양군수(사진 오른쪽)을 찾아 시루섬 사람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100만 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단양군
이혜숙씨(사진 왼쪽)가 지난 28일 김문근 단양군수(사진 오른쪽)을 찾아 시루섬 사람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100만 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단양군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평소 뜻을 돌아가신 후라도 전해야겠다고 생각해 어렵게 군수실을 찾았어요"

이혜숙 씨(제천 거주)는 지난 28일 단양군청 군수실을 찾아 시루섬 사람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100만 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시루섬 50주년 행사를 개최해 시루섬 사람들의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고 자존감을 높여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는 부친의 뜻을 김문근 군수에게 대신 전달한 것이다.

이혜숙 씨의 부친 고 이몽수 씨는 지난 24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일하던 농터에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가 군수실을 찾은 것은 장례를 치르고 삼우제를 마친 바로 그날이다.

고 이몽수 씨는 51년 전 시루섬 수해가 있던 날 사촌형 이창수 씨 등과 함께 234명의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일등 공로자였다.

이혜숙 씨의 말에 따르면 아버지는 평소 시루섬 사건이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지워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나 깊은 관심을 갖고 물어주더니, 군수로 당선된 후에는 시기를 잃지 않고 시루섬 5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특히 시루섬 수해 사건이 세상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도록 해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다.

평소 말수가 적어 이러한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수시로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고 이몽수 씨와 그 가족은 50주년 행사가 펼쳐지던 지난해에도 주머니에는 기탁금을 준비해 행사장을 찾았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몰랐고, 50년 만에 상봉하는 고향 사람들의 자존심도 생각하고 해서 결국은 망설임 속에서 봉투를 꺼내지도 못했다는 것.

김문근 군수는 "시루섬 수해 당시 오랫동안 이장을 맡았던 분으로 시루섬 수해 극복 과정을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증언했던 분"이라며 "시루섬의 희생 헌신 정신을 단양군의 정신으로 승화 발전시키는 노력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위로했다.

한편 군은 기탁금을 시루섬 기념사업회(회장 이경희)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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