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표윤지 대전·세종취재본부

누군가에게 호감이 있거나 가장 빨리 친밀도를 높일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한국인에게 "밥 한번 먹자"는 인사말이자 곧 관계가 이어지는 단초다.

실제로 식사를 한 경우와 아닌 경우, 비즈니스를 할 때에도 업무적 효율성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함께 마주하고 식사하며 나누는 대화는 마음의 경계를 풀리게 한다.

요즘 세종시의회는 의도치 않게 전국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동료 간 성추행 물의를 일으킨 의장부터 회기 중 욕설을 내뱉은 부의장까지,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나아가 현재 '세종시 산하 출자·출연기관' 운영 관련 조례안 개정을 놓고 시와 시의회의 대립은 최고조로 치닫는 듯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출자·출연기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시, 시장의 권한이 축소하는 만큼 양측은 한 치 앞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서로 목에 칼을 겨누며 감정의 골마저 깊어져 보인다.

이렇듯 격앙된 감정은 최근 야당 의원 5분 발언 시 여당 의원인 부의장이 욕설을 내뱉으며 여과 없이 표출됐다.

5분 발언이 해당 조례가 아님에도, 지속된 여야 간 갈등은 엄숙한 시의회 내에서 욕설과 고성이 오가며 분출됐다.

현 집행부와 시의회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새 인물들로 대거 등용됐다. 시장과 시의원 대부분이 정치 신인인 만큼 업무적 의욕 또한 상당하다.

그러나 법과 조례란 가역성(可逆性)이 어려운 영역이라 한번 제정하고 나면 되돌리기 힘들다. 정치적 수싸움으로 인해 갈피를 못 잡는 행정과 조례는 시민들의 안정감을 흔들고 있다.

성은정 세종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와 시의회, 국민의힘과 민주당 시의원들이 심한 갈등을 빚는 것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와 시의회는 시민을 위해 제정하는 조례를 두고 조례 적용 대상인 시민은 없고 낭비적 갈등과 대립만 난무한 지금의 사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현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대변했다.

세종시는 아직 산적해 있는 현안이 많다. 행정중심복합도시자, 갈 길이 먼 신생 도시다. 서로 간 화합으로 현안들을 처리하기에도 시간은 역부족이다.

'정치는 타협'이라는 말이 있다. 누가 더 타협을 잘 하는가 여부에 따라 유능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세종시는 일장기 사건부터 시의회 욕설 파문까지 그 명예가 실추하다 못해 초라해졌다.

표윤지 대전·세종취재본부
표윤지 대전·세종취재본부

하루빨리 시와 시의회 그리고 양당은 세종시 발전을 위해서 이러한 치킨게임은 종결하고, 이성의 끈을 부여잡아야 한다.

따라서 협치(協治)를 위해 용기 있게 '밥 한번 먹자'고 손 내밀 진정한 정치인이 등장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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