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영의 디지털 컨버전스 (32)

오상영 / 충북SW협회장(에이다컨설팅대표)

최근 경제의 침체를 양극화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고, 양극화의 원인이 대체적으로 국내 경기 침체라는 인식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좀더 각론에 들어가서 원인을 살펴보아도 몇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항상 등장하는 국내 경기 침체요인은 정부 정책의 실패, 세계 경제의 흐름, 노사 갈등의 여파, 환율 문제, 유가 문제, 북한 문제, 가끔 발생하는 해외 전쟁의 여파 등이 주류를 이룬다.

대체적인 경제 영향 요인을 알고 있지만 IMF시기를 겪을 만큼 경제를 안정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대수롭지 않던 작은 요인이 아마도 빙산의 일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디지털 경제학(Digital Economics)도 빙산이 아닐까 추측하고 싶다. 사실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EC)는 지난 몇 년간 유행처럼 왔다가 사라진 느낌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경제는 전자상거래의 결과를 보이고 있지 않는가 싶다.

최근 한국경제의 특징을 꼽으라면 단연 정보통신시장의 확대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내수 침체의 원인에 대해서는 과거와 획기적으로 다른 요인이 없다. 그러나 보이지 않게 서서히 들어나는 것이 있다면 디지털 경제이다. 그 이유로 먼저 한국 경제의 구조는 크게 생산(제조업), 판매(유통업, 서비스업)로 나뉘어 진다. 이 중에서 소득 분배의 비중은 생산 분야가 높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통 분야가 매우 높았다.

그러나 인터넷, 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디지털 시장이 확산되고, 생산자와 수요자가 직접 만나면서 수요자의 힘이 커지고, 유통 단계는 급격히 줄었다. 당연히 많은 수익을 올리던 유통업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그 증거로 대형 할인마트, 대규모 전자랜드, 인터넷 서점, 인터넷 뱅킹의 확산, 각종 티켓의 인터넷 구매, 전자문서 발급 등이 있다. 인터넷의 신뢰,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자상거래의 신뢰성만 확보되기 시작한다면 대형할인마트도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제 대형할인마트의 장점은 다양한 이질적인 상품을 한곳에서 살 수 있는 것 외에는 없다. 또한 옷 매장, 컴퓨터 매장, 그릇매장, 전자제품 대리점, 서점, 은행 창구가 줄어들고 있고, 전체적으로 유통이 줄고 물류(택배 등)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의 분석 결과는 유통업의 쇠퇴와 함께 중간 과정에서 수익을 내던 점포가 살아지면서 소득 분배와 소비가 줄게 될 것이다. 아직 자동차 영업, 보험 영업 등은 직접 사람이 뛰고 있지만 이는 홍보효과 외에는 큰 매력이 없다. 휴대폰 판매점도 택배자의 교육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즉시 사라질 점포이다. 정책적으로 방어하지 않는다면 사라질 유통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전자상거래의 신뢰는 선택과 결제가 빠른 인터넷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이는 유통 과정을 모두 없앨 것이다. 물류산업이 커질 것이며, 제조업과 스킨십이 필요한 웰빙 산업, 그리고 서비스업만이 살아남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인터넷을 잘 활용하는 세대가 점점 성장하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할 것이다.

이제는 경기 침체 요인을 분석하는데 전자상거래(EC)의 위력도 반영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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