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황진현 홍성내포주재 부장

인류의 위대한 성취 중 하나는 불의 발견일 것이다. 호모에렉투스 때부터 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래 원시인이 불을 얻게 된 것은 화산이나 산불 또는 낙뢰(落雷) 등에서 우연히 얻어진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불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진화를 시작됐다. 날로 먹던 음식을 익혀 먹게 되었으며 실내에 화덕을 설치해 추위에 떨지 않고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 또 흙을 빚어 굽거나 쇠붙이를 녹여 가공하는 데 이용했다. 불은 어둠을 밝혀 주는 중요한 수단이자 인류가 원시 동물 사회에서 인류 문명사회로 발전하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했다. 인간은 불을 발견하고 이용하면서 많은 혜택을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에는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기능도 가지고 있다. 인류가 수세기에 걸쳐 이룩해 놓은 문명을 한 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무서운 파괴력으로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건조한 날씨 속 전국 곳곳에서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충남 홍성과 대전에서 산불 3단계 규모의 화재가 발생했다. 시설 62동이 불에 탔으며 주민 236명이 대피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전 서구 산직동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민가 1채와 암자 1곳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충남 당진과 보령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2일 하루에만 전국적으로 34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행정안전부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산림청이 집계한 연도별 산불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20년 사이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한 해는 지난해로, 모두 740건의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면적은 2만 4천782ha로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피해면적을 기록했던 2019년(3천255ha)보다도 7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해당 기간 연평균 발생건수는 535건이었으며 봄철인 3월부터 5월까지 연평균의 절반 이상인 303건(56%)의 산불이 났다. 그 중에서도 3월에 발생한 산불이 129건으로 가장 많았고 피해면적도 가장 많아 대형산불이 이시기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진현 내포·홍성주재 부장
황진현 내포·홍성주재 부장

불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다. 불은 인류문명의 진화를 떠받쳐주기도 했지만 반대로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측면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불은 인류에게 있어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인류에게 선물이 될 수 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존재인 불. 로마신화에 나오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와 같은 불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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