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미정 정치행정부장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산불이 났다. 대형산불 규모는 아니라 산불대응 지휘권(1단계)이 시·군·구청장에게 있다면 도지사는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 지휘권이 넘어오지 않았다고 해서 도지사가 '먼 산 불 구경'해도 되는 걸까?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최근 충북 제천 산불 대처를 두고 비난여론이 매섭다. 제천 봉황산 산불이 20시간만에 진화됐는데 산불 발생 당시 지사는 산불현장이 아닌 비공식적 술자리를 찾아갔기 때문이다. 예정돼있던 일정이라 비공개 모임 참석이 불가피했다고 충북도는 해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지사가 제천 산불 상황을 알지 못해서나 제때에 제대로 보고를 받지 못해서 산불현장에 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산불 발생 직후부터 수차례 실시간 상황을 보고받고도 현장에 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김 지사가 술자리에서 술을 마셨건, 물을 마셨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명백한 건, 당일 김영환 지사의 머릿속에는 산불현장보다 비공식적 모임이 더 중요했다는 점이다.

모임자리는 사적 자리이든 공적 자리이든 다음에도 언제든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산불현장은 그 '당시'가 아니면 갈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래서 재난은 '현장'이 중요하다.

이번 산불 술자리 논란은 충북도정을 책임지는 김 지사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새삼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165만 충북도민의 안전과 삶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재난을 바라보는 마인드가 어떠한지 엿볼 수 있었다.

재난현장에 가서 인증샷 찍고 생색내라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 부족한 점이나 문제는 없는지 살피고, 진화작업에 구슬땀 흘린 직원들을 격려하라는 취지도 포함돼있다. 그건 재난의 규모가 크든 작든 상관없다. 그래서 재난현장을 직접 눈으로 본 이와 보지 않은 이는 큰 차이를 보인다.

'충북을 새롭게, 도민을 신나게' 라는 민선 8기 도정방침(비전)도 중요하지만 '도민을 안전하게'도 의미있는 사안이다.

이번 논란을 두고 지사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여론도 팽배하다. 대형산불도 아니었는데 호들갑이라고, 지사가 재난현장에 오면 오히려 지휘체계에 혼선이 빚어지고 상황보고·수행도 번거로워진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열심히 일한 직원들의 업무만 늘어나 괴로워진다.

또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치적 악용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럴 수 있다.

산불이 났다고 해서 무조건 도지사가 달려가야 하는 건 아니니까.

3일 언론브리핑을 가진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스스로 이런 말을 꺼냈다. "어제(2일) 충북 옥천군 산불이 나서 옥천군 안내면까지 갔다가 돌아왔는데 현장에 안간 것이 옳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변명보다는 해명을 듣고 싶었는데 역시나 아쉬운 발언이었다.

김미정 정치행정부장
김미정 정치행정부장

공교롭게도 김 지사와 대조를 이뤄 비교되는 정치인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전국적 잇단 산불 발생 상황 속에서 지난 2일 서울 인왕산 산불이 발생하자 즉각 달려가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오세훈 시장은 왜 산불현장으로 달려갔을까? 그리고 질문해본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왜 제천 산불 현장으로 가지 않았을까? 재난현장보다 비공식적 술자리가 더 중요했던 진짜 이유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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