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30일 저녁 충주에서 열린 비공식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 독자제공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30일 저녁 충주에서 열린 비공식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 독자제공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제천 봉황산 산불 대응 자세를 놓고 적절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제천 산불은 지난달 30일 오후 1시께 발생해 20시간 만인 다음날 오전 9시20분 산림 22㏊를 태우고 진화됐다.22가구가 피신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문제는 제천 산불이 김 지사 취임 이후 최대 규모고 전국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산불재난국가위기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한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특히 김 지사는 봉황산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충주에서 공식 일정을 진행하면서 산불 현장을 찾지 않은 데다 저녁엔 비공식 모임에 참석해 술까지 마셔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충북도는 논란이 확산하자 이튿날 "제천 산불은 대응 1단계로 지휘권이 도지사에게 없어 현장 방문이 불필요했다"고 해명했다.산불 대응 1~2단계는 시·군·구청장, 3단계는 시·도지사 또는 산림청장이 지휘한다.즉 산불 지휘권이 없었다는 게 도의 공식 입장이다.

김연준 충북도 재난안전실장은 "제천 산불은 대응 1단계에서 인명 피해가 없고 안정화 단계여서 도지사의 현장 방문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현장 방문 시 불필요한 의전·보고·수행 등 지휘 체계 혼선도 우려됐다"고 해명했다.도 환경산림국 관계자도 "김 지사가 충주에서 모임을 소화할 당시 산불이 80% 이상 진화되고 방어선이 구축된 상황이었다"며 "도립교향악단 충주 순회 공연이 끝난 뒤 산불 진화율이 높은 것을 확인하고 사전에 일정이 잡힌 충주 지역 청년 모임에 참석해 출산 정책, 정주 여건 등 충북도 청년 시책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충북도는 제천 산불이 확산하자 오후 4시께 산불 1단계 대응을 제천 부시장에게 지시했다. 제천시는 산불현장 통합 지휘본부를 봉양읍 명도2리 마을회관에 설치하고 산불 진화 헬기, 진화차량, 소방차, 진화대원 등을 현장에 투입했다.

논란은 제천 산불 진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다.김 지사는 산불 지휘권을 떠나 충북의 호수, 강, 산 등 자연 환경을 활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대표 공약을 내건 상황에서 정작 산불로 인한 자연 훼손에 뒷전이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 지사는 공식 일정이 끝난 뒤에도 산불 현장이 아닌 비공식 모임에 참석했다.이 자리에서도 국가위기 경계단계 발령 상황을 고려해 음주를 자제해야 마땅했다.

반면 김 지사가 술자리에 참석한 그날 밤 제천경찰서장은 휴가를 반납하고 산불 현장을 찾아 진화 작업을 지휘하는 등 김 지사와 반대 행보를 보였다.

산불 등 자연 재난은 예측이 불가능하다.그래서 도지사는 항상 긴장 속에서 비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제천 산불과 같은 엇박자 행정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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