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발언과 처신이 각종 언론에 도배를 하고 있다.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발언으로 고개를 숙인 김 지사가 이번엔 제천 산불로 인해 또다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 달 30일 오후 1시 께 제천시 봉양읍 봉황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진화를 위해 소방헬기 10여대 이상이 동원됐다. 하지만 건조한 날씨 탓인지 불씨는 쉽게 진화되지 않았다. 산불진화대원 수백명은 밤새 진화작업을 했다.

이런 긴박한 시간에 김 지사는 충주의 한 음식점에서 청년·단체 등과 술자리를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충주는 제천과 20~30분 거리다. 진화대원들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생각했다면 발길을 향할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외면했다.

충북도의 입장은 이렇다. 산불이 대응 1단계에서 인명피해가 없고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도지사의 제천 산불 현장 방문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충북도의 해명이다.

하지만 이 산불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봄철에는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이 발생하기 쉽다.

정부에서는 3월~4월 30일까지 산불 특별대책 기간을 운영해 산불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들이 산불에 경각심을 갖도록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산림청과 전국 지자체에서는 24기간 비상근무체제로 전환하는 등 현장감시와 단속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더구나 산불재난국가위기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한 상황은 비상 상황으로 한층 주의가 요구되는 시기다.

사실상 도지사가 도내 산불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닐 수는 없다. 도지사의 현장 방문 시 불필요한 의전 등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산불 진화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러나 '산불특별대책기간'과 '경계' 단계가 발령한 상황에서 인근거리인 산불현장을 찾지 않고 비공식 모임에 참석한 것은 논란에 휩싸일 여지는 충분히 있다.

언론에 뭇매를 맞는 것은 김 지사 본인의 행동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비상 시기 일선 공무원들의 일탈에 대비해 미리 주의를 줘도 모자랄 판에 지사 본인이 논란의 당사자가 되면 곤란하다. 도청 산하 산불 관련 공무원들은 현재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충북도정과 소방의 책임자로서 도지사 본인이 솔선수범해 행동을 조심하고 모범을 보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위정자가 어떻게 처신하고 어떻게 나라를 다스릴 것인가?"에 대해 위정자의 신중한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위정자가 큰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겸허한 자세로 세밀하게 살펴야 하며, 세상의 명예나 지위나 재물이 대단한 것 같지만 자연 앞에서는 한낱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위정자, 즉 정치하는 사람은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살피고 또 살피는 처신이 필요함을 고전은 설파하고 있다.

현재 충북 도정에도 들어 맞는 내용이라고 본다. 김 지사 입장에서는 '친일파 논란'도 핵심은 배제하고 말꼬리를 잡은 격이라며 항변할 수 있다. 이번 산불과 술자리 논란도 매뉴얼대로 행동했는데 과도하게 보도돼 억울하다 여길 수도 있다.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위정자가 국민을 무서워할 줄 모른다면 위정자가 될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위정자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이번 논란도 빠른 판단으로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김 지사의 정치적 역량은 물론 정치적 입지도 더욱 단단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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