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우리의 출산율 저하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 9천 명으로 전년보다 4.4%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전년도의 0.81명에 비해 0.03명이 감소한 0.78명으로 줄어들었다.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경우가 눈에 띠게 증가했다. 2022년 사망자수는 전년보다 5만 5,100명이 늘어난 37만 2,800명으로 17.4% 증가했다. 2020년에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후에 그 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년간 28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퍼부으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정책집행이 성공했다는 평가는 보질 못했다. 지금도 매년 40조원 이상의 예산을 책정하여 집행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출산장려금, 양육지원, 육아휴직 등의 정책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어도 이것 때문에 낳지 않을 아이를 낳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매우 행복한 일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출산이 개인의 경제적 이득으로 만 인식된다면 아이를 낳아준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실제로 뉴스를 통한 인터뷰를 들어보면 출산장려금이 너무 작아서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이는 우리의 출산장려정책이 크게 잘못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구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행복한 것임을 인식하게 하는 사회 전반적인 상황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인구정책의 대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인식의 전환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제규모는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행복지수는 146개 국가 중 59위로 발표되었다. 유엔의 지속가능해법네트워크(SDSN)이 공개한 보고서의 내용이다. 1위인 핀란드의 인구는 550만에 불과하다. 그래도 그들의 행복지수가 제일 높다. 2020년 핀란드의 출산율은 1.37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아이를 낳고 싶은 살기 좋은 사회에 이르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살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독일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2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역시 핀란드가 2위를 차지했고 1위는 덴마크이며 뉴질랜드와 노르웨이가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 조사대상국 180개 중 31위를 했다. 우리 사회가 조금씩이나마 발전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졌고 부정부패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의 성숙도가 사회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발전의 발목을 움켜잡고 있으며 시민의 인식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이 상식적으로 움직이는 영역으로 나아지기만 해도 우리의 행복지수와 출산율이 다 같이 상승할 것이 틀림없다.

우리 사회는 다문화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다문화국가이다.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섞여서 사회를 이루며 사는 것이 일반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변하고 있다. 우리와 모습이 다른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이들을 이웃으로 인정해야 한다. 최근에 전해지는 뉴스가 안타깝다. 외국인 노동자로 입국하여 일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들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다문화가구 수가 35만에 이른다. 이제 이들은 소수의 외국인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일하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 체류자도 230여만 명에 이른다. 이제는 다문화가정과 체류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 동화되어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인구정책의 일환으로 계획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현 정부가 인구정책 비전으로 제시한 균형발전과 연계한 인구정책을 어떻게 설계하고 집행할 것인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인구정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들과 연계되어 있는 문제이지만 결국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면 해결될 일이다. 인구절벽을 어떻게든 슬기롭게 뛰어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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