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군 A 과수원, 갈변현상 등 196그루 중 90% 수확 불가

증평군 증평읍에서 과일농사를 짓고 있는 김철휴(72)씨가 배나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 이재규
증평군 증평읍에서 과일농사를 짓고 있는 김철휴(72)씨가 배나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 이재규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이렇게 흉작은 29년 만에 처음입니다"

4월에 찾아온 영하권 날씨로 과수원 냉해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일 최저기온이 3도를 기록 한 11일 충북 증평군 증평읍의 한 과수원에는 새하얀 배꽃들이 냉해피해를 입었다. 이상기온 탓에 평소보다 일찍 개화한 배꽃은 이미 갈변현상이 진행돼 있었다. 배꽃의 내부 씨방에 있는 수술도 냉해를 입어 검게 변한 모습이었다.

이 과수원 배·사과나무 169그루 나무 중 90% 이상은 이 같은 피해를 입었다. 이 나무에서는 열매 수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농장주의 설명이다.

과일농사만 29년째 하고 있다는 김철휴(72)씨는 "올해 농사는 (냉해피해로) 접어야 할 수준"이라며 "꽃이 빨리 핀 탓에 열매를 수확하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냉해피해를 입은 배꽃의 갈변현상이 진행돼있다. / 이재규
냉해피해를 입은 배꽃의 갈변현상이 진행돼있다. / 이재규

매년 꽃샘추위기간을 지나고 꽃이 피지만, 올해는 일찍 꽃이 핀 탓에 피해를 막을 수 없었다. 이 농장에 배꽃이 핀 시기는 지난 1일부터다. 이상기온 탓에 지난해(4월 15일 개화) 보다 보름여 빠르게 꽃이 폈다. 꽃이 일찍 핀 사이 꽃샘추위가 과수원을 덮친 것이 화근이 됐다. 지난 주말부터 이날(11일)까지 증평군 일 최저기온이 0~3도까지 떨어지면서 꽃이 얼어붙었다.

김씨는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대비해 냉해 경감제 등 영양제를 뿌리고, 과수원 주변에 난방기기를 돌리며, 주변 온도를 올렸지만 소용없었다.

김씨는 "재해보험을 가입했지만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액 대비 30%의 보상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인공 수분기를 빌릴 수 있지만, 이미 꽃이 다 죽어버린 탓에 이것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나무도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열매를 맺더라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북원예농협 관계자는 "과수원 농민들이 하나 둘씩 냉해 피해를 신청하고 있다"며 "올해 이상기온 탓에 유독 냉해 피해를 겪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아직 냉해피해로 들어온 건은 0건"이라며 "지자체에서 전수조사를 실시하면 피해 접수를 시작할 것" 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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