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우식 충북지방변호사회 부회장

우리 인생은 '출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부여받고, 가정의 구성원으로 편입된다. 성장하고, 학교에 들어가며, 사춘기를 거치고, 성인이 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친자확인, 아동학대, 학교폭력, 가정폭력, 소년사건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 사건이 그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성년후견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가정을 꾸리고 자녀가 생긴다면, 이후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온갖 사건(학대, 학폭, 소년 사건 등)을 맡아서 처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죽은 이후에는 '상속'이 문제이다. 그와 같은 우리 인생의 전반적인 사건을 담당하는 곳이 가정법원이다.

군대에 일반부대와 특수부대가 있고, 의료분야에 일반의와 전문의가 있듯이, 법원에도 민사, 형사의 일반법원이 있고, 특허, 행정, 회생, 가정에 관한 사건을 전담하는 특수(전문)법원이 있다. 일반 민사와 형사사건에는 '인과응보의 원칙'이 주로 적용돼 과거지향적이지만, 가정사건(소년, 가정보호, 이혼 등)은 선도, 교화, 치유, 회복이 목적으로서 미래지향적이다. 그래서 일반 사건보다 더 손이 가고, 더 경청해야 하며, 그들의 눈물도 닦아주어야 한다.

가사소송법에 따라 가사사건은 일반법원이 아닌 '가정법원' 담당이다. 다만 1990년 부칙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생길 때까지 지방법원에서 '임시로' 맡게 되어 있다. 현재 가정법원은 서울, 수원,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울산(2018년)에 설치되었고, 창원(2025년 개원)은 설치예정인데, 충북, 전북, 강원, 제주는 아직도 가사사건을 일반법원에서 처리하고 있다. 참고로 충북이 울산보다 지역, 인구수, 사건수가 훨씬 많다.

일반법원인 청주법원에서 담당하든, 청주가정법원에서 담당하든 그게 뭐가 대수로운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위에서 말했듯이, 일반 사건과 가정사건은 질적인 차이가 크다. 그래서 일반 사건보다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이 필요하고, 법관은 더 깊은 통찰력을 갖춰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별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청주가정법원이 설치되면 별도의 인력과 예산이 생긴다. 그리고 더욱 고양된 사명감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법관'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면, 자기 새끼임에도 쩔쩔매는 부모 대신에 오은영 박사가 해결하는 모습을 본다. 이것이 '전문가'의 힘이다. 일견 보기에는 일반법원이나 가정법원이나 큰 틀에서의 차이는 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위와 같이 작은 차이는 분명히 있고, 그 작은 것이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그래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통계에 따르면 촉법소년 범죄접수 현황이 2017년 7천여건에서 2021년에는 1만2천건으로, 아동학대 신고사건은 2017년 3만4천여건에서 2021년에는 5만3천여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리고 2022년도 우리나라 저출산대책 예산이 50조 라고 하는데 최근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최우식 충북지방변호사회 부회장
최우식 충북지방변호사회 부회장

청주가정법원 설치는 '입법사안'이다. 그래서 2020년에 법안이 발의돼 현재 국회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 계류 중인데, 일부 국회의원에게 다소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듯하다. 반대 논리는 "아직 충북은 가정법원을 독립시킬 만한 사건 수가 아니다. 혹은 예산이 부족하다"라는 것이리라. 그러나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고(아프리카 속담),한 사람을 구함은 세상을 구하는 것과 같으니(탈무드 격언), 가정법원 설치의 당위성은 '수치'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에 관한 문제이다. 그리고 전문법원인 가정법원의 설치는 저출산대책의 사법부 버전이다. 그러니 예산은 이런 곳에 먼저 사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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