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위직 출신 선입견 깨고 '친근한 인간미'로 소통

편집자

수 많은 직업 가운데 바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 자치단체장이다.

자치단체장은 하루 종일 각종 회의 주재와 업무보고, 민원인 면담, 행사 참석 등 바쁜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거의 눈코 뜰 새 없다.

매일 이어지는 공식 일정만 해도 워낙 많아 시간을 쪼개가며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더욱이 표를 먹고사는 선출직이다 보니 퇴근 후에도 여기저기서 빗발치는 비공식 모임 참석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몸이 서너개라도 모자랄 판으로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것은 아예 엄두조차 못낸다.

이처럼 바쁜 가운데 틈틈이 음악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과중한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도 해소하는 자치단체장이 있다.

음악을 통해 두마리 토끼를 잡는 지혜를 가진 사람은 '문화도시 충주'를 내세우는 조길형 충주시장이다.

 

조길형 시장
조길형 시장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조길형 시장은 충북도 내 현직 자치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3선을 연임하고 있다.

경찰대학교 1기 졸업생으로 경찰 고위직을 역임한 조 시장은 갑자기 정치권에 뛰어들어 성공한 정치인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 2014년 치러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충주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2018년과 지난해 치러진 충주시장 선거에서 잇따라 당선돼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오랜 기간 경찰 행정이 몸에 밴 그가 선출직 자치단체장으로 변신하고 적응하는데는 짧지않은 시간이 걸렸다.

첫 임기 4년 동안 그는 유권자들과 악수하는 것조차 어색했고 이 때문에 그와 접한 많은 시민들로부터 "경찰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으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서 차츰 이런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금은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친근한 시장으로 바뀌었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에서 종합행정을 다루는 선출직 시장으로 변신하기까지 그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했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의 이미지 변신 성공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악기 연주다.

조길형 시장이 시민들 앞에서 트럼펫을 연주하고 있다.
조길형 시장이 시민들 앞에서 트럼펫을 연주하고 있다.

조 시장은 하모니카를 비롯해 트럼펫과 색소폰, 기타, 클라리넷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할 줄 안다.

2014년 처음 시장으로 당선된 뒤 같은 해 겨울 하모니카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송년회에 참석했다가 주변 사람들의 요청에 떠밀려 연주했는데 큰 박수와 호응을 얻었다.

조길형 시장이 시민들 앞에서 트럼펫을 연주하고 있다.
조길형 시장이 시민들 앞에서 트럼펫을 연주하고 있다.


그의 연주실력이 알려지면서 여러 군데서 연주 요청이 들어오고 이에 힘입어 지금은 시가 주최하는 각종 축제나 행사에서도 종종 하모니카와 섹소폰, 트럼펫 등을 연주하고 있다.

조 시장은 "이젠 좀 창피한 생각이 들어 그만하고 싶은데 행사에 참석하다 보면 주변에서 자꾸 요청을 해 떠밀려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의 음악적 재능은 돌아가신 부친을 쏙 빼 닮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시장은 "소방관 출신인 아버님이 평소 고복수, 남인수 노래를 즐겨 부르셨고 군대 생활을 하실 때는 부대에서 열린 병사 노래자랑에서도 입상을 하신 적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조 시장은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한 계기로 악기 연주를 시작하게 됐다.

당시 충주실업고등학교(현 국원고) 앞을 지나다가 툇마루에 앉아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사람에게 이끌려 한참 하모니카 연주를 들으면서 서있었다.

하모니카 소리에 흠뻑 매료된 그는 집에 가서 하모니카를 사달라고 졸랐지만 아버지로부터 "공부나 하라"는 말을 들어야했다.

그는 하모니카를 사기 위해 아버지 몰래 신문배달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소문을 듣고 신문배달 사실을 알게된 아버지가 어느날 술을 거나하게 취한 채로 귀가해 품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그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아버지가 직접 연주를 했는데 연주실력이 너무 뛰어나 깜짝 놀랐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선물받은 하모니카로 고등학교 때까지 틈나는 대로 연주하다가 학업 때문에 그만뒀고 시장이 된 후에야 다시 하모니카를 들게 됐다.

조 시장은 "고등학교 이후에 수십년 동안 연주한 적이 없었는데 몸에 남아있는 음감만으로 연주가 되길래 나도 놀랐다"며 "내가 하모니카를 연주한 이후에 충주시내 악기상에 하모니카가 동이 났다는 소문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타고난 음감을 갖고있는 그는 한번도 제대로 레슨을 받은 적 없이 하모니카와 트럼펫, 색소폰, 기타, 클라리넷 연주를 독학으로 익혔다.

색소폰은 집에서 소리를 잔뜩 줄인 채 연습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가끔씩은 노래방에 가서 소리높여 연습하기도 한다.

트럼펫은 주로 교회에서 찬양 전에 무대에 나가 연주하고 있다.

조 시장은 "언젠가 충주우륵국악단과 트럼펫으로 협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떨었던 기억이 난다"며 "프로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서게 되니 혹시라도 실수를 할까 봐 긴장감이 말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대학교 재학 당시 '푸르뫼'라는 밴드를 결성해 기타 연주를 담당했다.

이 밴드 동아리는 아직도 경찰대학교 후배들이 이어받아 활동하고 있다.

조 시장은 "아버님도 청주대학교 다니실 때 밴드를 조직했다고 들었다"며 "아마 내가 부유한 가정에서 제대로 정규교육을 받았다면 아예 그쪽(음악)으로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시장의 딸 역시 성악을 전공한 성악가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어울리는 집안이다.

조 시장은 오랜 경찰생활 때문에 차갑고 냉정할 거라는 선입견을 주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아주 순수하고 감성적인 내면을 지니고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정서적인 교감도 함께 나누고 있다.

조 시장이 문화도시 충주를 지향하고 생태환경과 건강도시를 시정운영의 중점으로 삼는 것은 무엇보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그의 이상과 무관치 않다.
 

[인터뷰] 조길형 충주시장 

조길형 시장
조길형 시장

조길형 시장은 "처음 시장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을 때는 주변에서 나에 대해 떠드는 칭찬과 비난이 크게 들렸고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일희일비하다 보니 시시각각으로 기쁘고 괴로웠다. 하지만 재선 시장이 된 후에는 다수 시민의 목소리를 가려서 모아 듣는 법을 터득했고, 3선에 성공한 이후에는 내 진심이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 고위직 출신으로 '선출직 시장'이라는 몸에 맞지않는 옷을 입은 뒤 3선을 연임하기까지 그만큼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웃음기 없던 얼굴에 미소를 띠고 뻣뻣했던 허리와 고개를 숙이기까지 그는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과 인내를 거듭하면서 결국 성공한 프로정치인이 됐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의 감성대로 '문화도시 충주'를 꿈꾸는 조 시장은 무엇보다 질적 고도화에 초점을 둔 문화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조 시장은 "이제는 문화도 양적인 팽창보다 질적인 고도화에 집중할 때"라며 "문화도시 충주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자원과 시설,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상호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효과를 창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은 소리도 소중히 여기며 소통하는 충주를 만들어가겠다"는 그는 자신이 목표로 정한 '더 가까이 충주' 실현을 위해 꾸준히 앞으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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