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침실 있는 본관 보존가치 높아… 이용 경험 소중히"

'청남대 35년 산증인' 김찬중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 운영팀장이 청남대 본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김미정
'청남대 35년 산증인' 김찬중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 운영팀장이 청남대 본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옛날에는 대통령이 쓰던 가구에 경호원들이 물건 하나 올려놓지도 못했었어요. 자국 생긴다고. 의자나 침대에 앉는 건 꿈도 못꿨죠. '감히' 그랬었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국민들과 엄청 가까워진 것 같아요."

옛 대통령 전용별장인 '청남대'에서 35년간 근무한 김찬중(58)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 운영팀장은 "청남대는 보존해야 할 유산"이라고 강조한다. '청남대 집사'로 통하는 그는 85~87년 청와대 경호실 작전부대에서 군생활을 하면서 대통령 휴가 때마다 청남대에 내려왔다. 당시 23살이었다. 제대후 대통령 비서실에서 일하다가 89년 1월10일 청남대로 발령받았고 2003년 청남대 개방 이후 충북도 공무원이 되어 청남대관리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35년째 인연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손주인 인규·인덕이 닭싸움하고 씨름하는 거 보면서 깔깔깔 크게 웃으셨어요. 청와대에선 그렇게 못하지만 청남대에선 박장대소할 수 있으니 저도 기분좋았죠."

'청남대 35년 산증인' 김찬중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 운영팀장이 청남대 야생화 꽃밭에서 활짝 웃고 있다. / 김미정
'청남대 35년 산증인' 김찬중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 운영팀장이 청남대 야생화 꽃밭에서 활짝 웃고 있다. / 김미정


그가 기억하는 청남대를 가장 많이 찾은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이다. 28회 98박 126일을 방문했다. 제일 오래 청남대에 머물렀던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으로 25회 103박 129일을 보냈다. 김대중 대통령은 15회, 전두환 대통령은 19회, 노무현 대통령은 1회였다.

"대통령이 머무는 기간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2시가 돼야 잠들었죠. 가장 힘들었고 가장 보람됐던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이에요."

청남대(靑南臺)는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 부근 183㏊(축구장 257개 넓이)에 지어진 대통령 전용별장이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부터 2003년 노무현 대통령까지 모두 6명의 대통령이 휴식과 함께 국정을 구상했던 곳이다. 2003년 4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남대 소유·관리권을 충북도에 넘겨주면서 민간에 개방됐다. / 중부매일DB
청남대(靑南臺)는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 부근 183㏊(축구장 257개 넓이)에 지어진 대통령 전용별장이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부터 2003년 노무현 대통령까지 모두 6명의 대통령이 휴식과 함께 국정을 구상했던 곳이다. 2003년 4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남대 소유·관리권을 충북도에 넘겨주면서 민간에 개방됐다. / 중부매일DB

청남대는 청와대 제2집무실 개념으로 관리돼 청와대와 동일한 수준의 A급 보안시설을 갖췄다. 4중 철책, 방탄유리는 기본이었다. 5공시절 경호·경비인력은 600~700명에 달했다. 김영삼 대통령 때 CCTV가 도입되면서 수행인력이 200~300명으로 줄었다. 실제로 낚시병, 골프병, 오리병 등이 존재했었다고 털어놨다.

전두환 대통령이 낚시를 즐길 때 낚시병(경호관)이 물밑에서 낚시바늘에 붕어를 꿰어줬다는 소문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항상 가족과 함께 왔었는데 손주 인규·인덕·성민, 손녀 진을 위해 청둥오리 600마리를 길렀단다. 김 대통령 방문 때에는 일부러 낙엽을 깔아드렸는데 길이 생길 정도로 낙엽길을 걸으셨단다.

"골프장에 당근, 무 등을 뿌려놓아 고라니, 꿩, 토끼, 너구리 등 야생동물이 내려와 뛰어다니는 모습을 대통령이 보시게 연출했었죠. 노태우 대통령 딸 노소영씨는 제가 노 젓는 보트에 태워 대청호에서 놀아줬었어요."

대통령 침실이 있는 청남대 본관에 대해선 보존가치가 높다고 피력했다.

"본관 2층 가족거실에 있는 응접탁자는 청남대 모든 집기류 중 제일 비쌉니다. 샹들리에는 오스트리아산 크리스탈로 만들어졌는데 당시 모방을 못하도록 도면을 다 폐기했어요."

'청남대 35년 산증인' 김찬중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 운영팀장이 청남대 본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김미정
'청남대 35년 산증인' 김찬중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 운영팀장이 청남대 본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김미정

장우석 작가의 '학', 안병석 '바람결' 등 내노라하는 대표작가들의 미술작품, 도자기작품도 55점이나 있다. 본관 들어가는 길에 심겨져있는 반송은 83년 조성 당시 64그루를 식재했는데 한그루 당 3천만원대였다. 지금은 2억원을 호가한다.

"본관 유리는 모두 방탄유리이고 도청방지장치는 청와대와 똑같은 시설로 있었어요. 유리를 2002년에 일부 교체했는데 당시 2억원이 들었어요."

본관 지하에는 3층 높이의 비상대피용 공간이 있고 야외수영장 주변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터널이 있다. 그는 청남대에서 20년간 6명의 대통령이 쓰던 생활용품 4천여점을 손수 모아 2011년 대통령기념관 별관을 전시공간으로 꾸미기도 했다.

"대통령이 바뀌면 버려야 하는데 모아놨던 거죠. 시간이 지나면 역사의 한 조각이 됩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대통령이 쓰던 침실을 일반국민에 개방하는 것과 관련해선 아쉬움도 내비쳤다.

"국민들이 대통령 침실을 실제 경험을 해보는 것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본관 건물은 소중하고 보존가치가 있어요."

그러면서 청남대를 소중한 국가정원처럼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35년간 청남대와 동고동락한 김찬중 팀장에게 청남대는 '삶'이고 '집'이다.

"내 집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손이 안 간 곳이 없으니까."

그는 2025년 6월 퇴직을 앞두고 있다. 퇴직 후에도 청남대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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