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병갑 사회부장

'정치는 생물'이다. 정치에서 흔히 쓰이는 말 중 하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며 널이 알려졌다. 보이지는 않지만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 정치로 워낙 변화가 많고,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빗댄 말이다. 다른 말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국민이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상황은 어떻게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한다. 흔히 오늘 동지였으나 내일은 적이 될 수 있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지난 17일 열린 청주시의회 제78회 임시회 첫날 진행된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을 그야말로 '정치는 생물'이란 말을 실감케 했다. 지난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청주시의회는 21대 21, 여야 동수로 힘의 균형을 이뤘다. 이에 여야는 전반기 원구성 시 민주당은 부의장을 비롯해 의회운영위원장·복지교육위원장·농업정책위원장·도시건설위원장 등 4개 상임위원장을 가졌다. 국민의힘은 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과 3개 상임위원장을 맡게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말 옛 청주시청 본관동 철거 예산 통과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촉발되면서 4개 상임위원장 직책을 모두 내려놨다. 의회 정상화 후 민주당은 4개 상임위원장 원상회복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의 생각을 달랐다. 의회 파행 책임과 고 한병수 의원 타계로 치러진 보궐선거 승리 등 달라진 의회 역학 관계를 숨기지 않았다. 문제는 다수당의 횡포를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묘수(妙手)' 찾기였다.

국민의힘은 일단 공석인 상임위원장 4석 모두에 민주당 의원을 추천했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는 받기 힘든 '카드'를 던졌다. 일단 2석은 민주당의 의중대로 전임 위원장이 재선출됐다. 반면 의회 운영을 책임지는 운영위원장은 당의 결정을 무시하고 원포인트 임시회에 '나 홀로 등원'해 옛 청주시청 본관 철거예산에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임정수 의원이 선출됐다. 민주당 의원이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선택이었다. 남아 있는 1석인 도시건설위원장은 여야 갈등을 촉발했던 옛 청주시청사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해 있는 위원회다. 다수당이 된 국민의힘이 꼭 가져오고 싶어했던 상임위원장이다. 국민의힘의 '카드'는 멀게만 느껴졌던 후반기 의장이다. 민주당 내에서 후반기 의장 출마가 유력한 김영근 의원에게 몰표를 주며 도시건설위원장 후보로 추천했다. 김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으면 후반기 의장 출마가 물건너간다. 결국 김 의원이 도시건설위원장을 고사했다. 국민의힘이 추후 자당 의원을 도시건설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힐 명분과 민주당의 '자중지란'을 덤으로 얻게되는 순간이었다. 여야 협의를 통해 선출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의장 직권으로 국민의힘 의원 선출이 유력하다.

장병갑 사회부장
장병갑 사회부장

'정치가 생물'이란 표현은 정치 현상을 잘 드러냈지만 결국 '배신의 정치'를 자기 합리화한 그릇된 표현 중 하나라는 것도 분명하다. 아직 많은 정치 역학 관계가 존재하고 나타날 수밖에 없는 청주시의회의 상황이고 보면 국민의힘이 던진 수가 '묘수(妙手)'가 될지 '악수(惡手)'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논란의 불씨가 돼 혼란을 야기할지, 시민을 이롭게 하는 생물로 거듭날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어떠한 정치적 행위도 사익을 위한 것이라면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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