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바람 일으킬 수 있길 희망"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충북 예술단체 아트하우스마루가 창단돼 오는 28일부터 5월12일까지 매일 오후 7시30분 소극장 예술나눔 터에서 창단공연 '잘자요 엄마'를 무대에 올린다.

아트하우스 마루는 연극인 이채윤씨(본명 이미영)씨가 대표로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안태건, 진종언, 노민식, 조웅씨 등 음악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대표로 이름을 올린 이채윤씨는 상당극회에서 연극을 시작해 극단 청년극장에서 왕성한 연기활동을 한 배우 이미영씨다.

잠시 극단을 떠나 상경해 SBS 드라마 '비밀의 문'과 MBC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 출연한 바 있으며 대학로에서 연극 오디션을 보며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음향감독으로 일했던 친동생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30여년간 배우로 살면서 험난한 연극계를 떠나지 않고 일해온 나에 대한 선물도 주고 싶었다. 사비 털어 연극을 제작했다는 소리에 저를 잘 아는 동생이 '언니 나이엔 명품백 하나 사거나, 선물받지 않냐'면서 '이참에 명품백 하나 샀다고 생각하라'는 말이 위로가 되더라. 젊은 시절 땀과 열정을 쏟았던 청주에서 연극 자체만으로 승부보고 싶었다."

연극 '잘자요 엄마'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마샤노먼의 작품으로 지난 1983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985년 호암아트홀 기획공연 초연을 비롯해 연극열전 등 매진행렬을 이어온 작품으로 지난 2015년 나문희, 염혜란 등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연극 연출은 송갑석 청주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가 청주에서 작업하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주로 활동해 온 연출가와 청주로 돌아온 연극배우의 조합은 여러모로 눈길이 모아지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청주시연극협회 우수연극공연 '아비'를 연출하면서 배우 정아름을 알게 됐다. 극단 사무실 책상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들 중 단테의 '신곡'이 눈에 들어왔다. 정아름 배우에게 '잘자요 엄마'를 같이하자고 제안한 결정적 이유기도 하다. 배우는 일상에서 배우고 익히고 사색해야 한다. 연극배우의 덕목은 지성과 교양이다. 후배 배우들이 수많은 공연과 행사에 소진되는 현실이 일견 이해도 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후배들과 제대로 된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다."

사비털어 연극 제작하는 엄마이자 아내인 이 대표를 바라보는 가족들은 어떤 반응일까.

"제가 연극한다고 꽃다발 한번 사들고 오진 않았지만 평생 해온 일에 대해 묵묵히 응원하고 있다. 남편은 저한테 투자한다고 하면서 제작비를 보태줘서 그걸로 '잘자요 엄마' 저작권료를 지불했다. 가족은 힘이자 든든한 지원군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을 통해서 초심을 회복하고 오만했거나 오해했던 일들에 대해서 마음의 빚을 갚고 싶은 마음이다. 지역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길 희망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