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차장

성범죄 피고인의 버티기가 시작됐다.

청주향교 전교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기소한 A씨의 혐의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피해자는 A씨 회사 남자 직원이다.

B씨는 A씨를 고소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웠다.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아닌 '남자가 남자에게 그랬다더라, 아무리 그래도 남자가 어떻게 그러나, 피해자도 문제 있는 거 아니냐'라는 시선에 맞설 용기가 없었다.

그런 그가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불안감이다. 청주지역 유명 경제인이자 청주향교 수장 타이틀을 가진 A씨라면, 이 사건을 덮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B씨의 불안은 현실이 되고 있다. 막강한 변호사들이 A씨를 변호인단으로 꾸려졌고, 'B씨가 원래 문란한 애였다, 회사 돈을 횡령한 친구다, 돈을 노리고 벌인 짓이다' 등 내용들이 피해자를 공격하는 2차 가해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이러한 말들은 A씨의 입에서 시작됐다.

A씨가 몸담고 있는 향교의 대응도 2차 가해를 의심케 한다. 청주향교의 수장이 성범죄로 기소됐지만, 향교 내 기득권을 장악한 이들은 "억울하다"는 A씨의 주장을 믿어주는 눈치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도 도덕적 정점에 서야 오를 수 있는 향교 전교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향교의 수장은 아주 작은 흠결도 용납지 않는다. "본인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구설수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향교에 누가 될까봐 몸가짐을 굉장히 조심히 했다"는 원로들의 말에서 그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이에 공감하는 충북지역 원로 유림들은 즉각적인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교를 감싸는 또 다른 세력에 부딪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신동빈 사회부 차장
신동빈 사회부 차장

A씨는 자신의 성범죄 혐의가 무죄라고 주장하면서, 인정한 사실이 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영업을 위해 공무원들을 상대로 성 접대를 했다고 털어놨다. 경주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룸살롱을 갔다는 그의 당당함에는 공자의 유교정신은 없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A씨 기업은 청주시 공무원들을 상대로도 유사한 접대영업을 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지역사회에서 쌓아올린 A씨의 검은 권력은 '사건이 덮힐까' 걱정하는 B씨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증명한다.

A씨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6월 7일 열린다. 그날 A씨는 어떤 모습으로 재판에 설지, 그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지 우리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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