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추억나눠… 힘들었던 기억 잊고 웃음만 가득하길"

어버이날인 8일 오후 2시 30분께 청주시 상당구 대성노인요양원에서 조봉현씨의 둘째딸이 아버지께 직접 만든 카네이션 다발을 건네고 있다. / 나소영
어버이날인 8일 오후 2시 30분께 청주시 상당구 대성노인요양원에서 조봉현씨의 둘째딸이 아버지께 직접 만든 카네이션 다발을 건네고 있다. / 나소영

[중부매일 이재규·나소영 기자]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어버이날인 8일 오후 2시, 충북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행복의집 노인요양원 정원에 정겨운 노래가 울려 퍼졌다. 어머니를 위해 갖은 재롱을 떠는 60대 여성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노래의 주인공은 김인자(64·여)씨다. 김 씨는 "어머니가 9남매를 키울 때 매일 들려준 노래"라며 "이 노래를 들으면 저를 좀 알아봐 주실까 하는 마음에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김씨 어머니는 97세다. 치매를 앓고 요양생활을 한지 10년이 넘었다. 지금은 딸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다. 이런 어머니에 대해 김씨는 안타까움 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너무 고생했던 과거는 잃고 지금처럼 편안하게 여생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김씨는 "앞으론 아이를 안고 뒤로는 장작을 가득 맸던 천하무적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며 "힘들었던 기억은 떠나보내고 오늘처럼 환한 미소만 지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청주시 상당구 대성노인요양원.

이날 치매를 앓고 있는 조봉현씨는 요양병원 입소 후 처음 어버이날을 맞았다. 적적했을 아버지 생각에 둘째 딸은 특식을 준비해 왔다. 메뉴는 아버지가 즐겨 드신 닭백숙이다. 자녀들과 외식에 나설 때마다 찾는 음식이다.

딸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닭백숙을 받아 든 조씨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따님이 고깃국을 가져왔다"는 시설 관계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했다. 이어 조씨는 "저녁에 닭백숙을 먹자"는 말에 "알았다"고 힘껏 소리 내 답했다.

둘째 딸 A씨는 "얼마 전 감기 때문에 병원에 다녀오시곤 식사량이 줄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나이가 드셔도 고기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위해 닭백숙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딸이 싸온 닭백숙을 저녁 만찬으로 즐겼다. 요양병원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보내는 어버이날이지만, 자식들의 든든한 효심을 느낄 수 있는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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