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벗삼아 오른 석문봉… 탁 트인 전경에 가슴까지 시원

편집자

산림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78%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이나 숲길을 체험했으며, 등산 인구는 지속적인 증가에 있다. 그래서 오늘은 가벼운 배낭을 메고 오르기 좋은 충남 서산시와 예산군에 걸쳐 있는 가야산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야산 석문봉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 
가야산 석문봉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 

[중부매일 이희득 기자] 가야산은 계룡산, 오서산과 더불어 충남의 명산으로 가야봉(677.6m)을 중심으로 원효봉(677m), 석문봉(658m), 옥양봉(621.4m), 일락산(521.4m), 수정봉(453m), 상왕산(307.2m) 등의 봉우리가 연결되어 있다.

또한 석문봉 정상에서는 1995년 고(故) 정주영 회장이 폐유조선을 가라앉혀 바다를 막은 간월호와 부남호가 보이고, 그 뒤로는 금방이라도 풋풋한 갯내음이 올라올 것 같은 서해바다와 간월도가 눈에 들어온다. 봄철에는 철쭉과 진달래, 가을에는 상사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등 사시사철 경관이 수려해 매년 50여 만명 이상의 등산객이 찾고 있다.

가야산에는 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백제 의자왕때(654년) 창건한 개심사는 대웅전(보물 제143호) 등 보물 7점과 문화재 2건이 있으며, 건물의 기둥으로 굽은 나무를 그대로 사용해 사찰에 들어서자마자 개심사(開心寺)의 뜻과 같이 마음이 편안하게 열리게 됨을 느끼게 된다. 봄에는 기와집을 배경으로 청벚꽃, 왕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여름에는 백일홍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운산면 용현리에는 백제의 문화유산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며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이 있다. 삼존불은 6~7세기 동북아시아에서 유행한 보편적 형식이지만 보주(寶珠)를 들고 있는 입상 보살과 반가 보살이 함께 새겨진 것은 중국이나 일본, 고구려, 신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형식이다. 국보 제84호로서 시간대 별로 각각 달리 보이는 백제시대 특유의 온화한 미소가 일품이다.

예산군 덕산면에는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영화 '명당'의 모티부가 되었던 남연군의 묘가 있다. 영화에서는 흥선대원군이 아버지의 묫자리를 찾던 중 "가야산에는 2대에 걸쳐 왕이 나오는 자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가야산의 가야사라는 오래된 절을 없애고 남연군의 묘를 이장해서 고종과 순종이 왕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끝부분에 박재상(조승우)에게 두명의 남자가 찾아와서 나라를 되찾기 위한 지역으로 어디가 좋을지 물을 때 서간도를 가리키며 '신흥'이라 말해주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가야산 등산코스는 출발점을 기준으로 크게 2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로 보원사지주차장, 두 번째로 덕산도립공원 주자장이다. 코스별로 산세와 주변 경관이 달라 몇 번을 올라도 새로운 곳이 가야산이다. 단체 등산객의 경우는 버스로 이동하다 보니 서산쪽에서 출발 해서 예산쪽으로 도착 또는 반대로 등산코스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출발지 기준으로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첫째 보원사지 주차장 코스는 서산지역에서 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등산코스다.

안내도에서는 용현자연림에서 출발하여 크게 4코스로 나뉘어 있으나, 국립용현자

연휴양림은 주차요금 1일 3천원, 입장료 어른 1천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을 받기 때문에 보원사지 건너편의 무료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올라가는 것이 좋으며, 소요시간은 범례에 코스별 시간에 30분 정도 추가하면 된다.

A코스는 휴양림-퉁퉁고개-옥양봉-석문봉-일락산-전망대-사방댐-휴양림 코스로 11km 거리에 퉁퉁고개 정자에서부터 옥양봉까지는 '퉁퉁고개'의 단어처럼 오르막으로 계속되어 있어 초보자가 오르기에는 다소 힘들며 보원사지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퉁퉁고개에서 옥양봉까지 구간에서는 멧돼지가 흙을 파헤치고 나무껍질을 벗겨놓은 것을 볼 수 있어 약간의 섬뜩함도 느껴진다.

C코스는 휴양림-사방댐-석문봉-옥양봉-백암사지-사방댐-휴양림 코스로 10km 거리이며, 옥양봉부터 오르는 경우가 더 많은데 9월 중순이면 보랏빛 기운이 감도는 상사화 군락지와 만날 수 있다.

"꽃이 필 때 잎은 없고 잎이 자랄 때는 꽃이 피지 않으므로 서로 볼 수 없다" 하여 지어진 상사화(相思花). 사랑은 참 어려운가 보다.

그 밖에 개심사 주차장에서-개심사-일락산-샛고개-석문봉-샛고개-일락산-개심사-개심사 주차장으로 회귀하는 11km 정도의 4시간 코스와 일락사 주차장-일락산-샛고개-석문봉-샛고개-임도-일락사 주차장으로 회귀하는 2시간 30분 코스도 있다. 개심사 주차장 코스는 가을에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두 번째 덕산도립 공원주차장 코스로 옥양봉에서 가야산으로 또는 원효봉 까지 선택해서 등산하고 주차장으로 회귀할 수 있어 개인차량을 이용한 등산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특히 4월에는 옥계저수지부터 덕산도립공원 주차장까지 3km의 명품 벚꽃 가로수 길이 등산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주차장을 출발하여 남연군묘를 지나 약 2km까지는 경사도가 완만해서 쉽게 오를 수 있으나 그 이후 약 20분간 쉬흔 길바위를 경유하여 옥양봉에 이르기까지 0.74km는 급경사라서 초보자는 몇 번 쉬어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여기서 '쉬흔' 이란 생소한 단어인데 '쉰질'은 '쉬흔 길(50길)'의 충청도 사투리로 '매우 높다', 혹은 '매우 깊다'는 뜻으로 매우 높고 우람한 바위를 대부분 '쉰길바위'로 부르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쉬운 길'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쉬흔 길바위에서 멋진 조망을 뒤로하고 오르다 보면 옥양봉 앞에서 보원사지에서 출발 퉁퉁고개를 지나 올라온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옥양봉을 지나면 석문봉과 가야봉으로 이어지는 탁 트인 산줄기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또 바로 좌측 아래를 보는 순간 '와'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멋진 소나무가 보인다. 바위틈에서 뿌리를 내리고 모진 풍파를 견뎌 내며 자랐을 저 소나무에서 숙연함 마져 느껴진다.

옥양봉에서 석문봉까지는 1.33km로 중간중간에 넓은 의자와 데크가 있어 단체 등산객들이 주로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석문봉 주위에서 고양이 4마리를 볼 수 있는데 꼭 이때면 나와서 등산객들에게 인사한다. 산속에서 맡는 컵라면 냄새는 참 일품이다.

석문봉 정상에서 가야봉까지는 1.48km로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암릉능선이 장관이며, 사자바위, 소원바위, 거북바위를 지나면 가야산의 최정상 가야봉(677.6m)에 이르게 된다. 가야봉 정상에는 전파를 송·수신할 수 있는 송·수신탑이 설치되어 있으며 하산할 때 헬기장을 경유해서 주차장으로 내려와도 되고, 원효봉을 다시 올라갔다 내려올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야산은 겨울에 가야봉에서 석문봉 쪽을 바라 볼 때의 설경이 가장 아름다웠다.

가야산은 산불조심 기간인 2월1일 부터 5월15일까지는 통제구간이 있어 서산시 산림공원과 (041-660-3143), 예산군 산림녹지과 (041-339-7614)로 문의하거나 등산용 앱을 통해서 확인할 수도 있다.

2023년는 덕산도립 공원주차장을 기준으로 가야산과 원효봉 좌측 구간에서 각 정상으로 오르는 구간, 서원산에서 옥양봉으로 오르는 구간이 통제되고 있다.

맹자는 '告子章句 上'에서 "사람들은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곧 찾을 줄 알지만, 잃어버린 마음은 찾을 줄 모른다. 학문이란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데 있다"고 하였지만 등산인들은 잃어버린 마음, 잃어버린 자아(自我)를 찾기 위해 산에 오른다.

이번 주말에는 가벼운 배낭을 메고 서해바다 갯 내음이 확 코에 밀려올 것 같은 가야산으로 나를 찾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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