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권소진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펫숍 근처를 지나갈 때면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너무 귀여워 웃으며 보고 있다가도 강아지 공장이 생각나 혀를 차는 일이 자주 있다. 강아지 공장은 상업적 목적을 위해 개를 대규모 교배, 사육하는 번식장을 말한다. 강아지 공장은 이미 여러 차례 미디어에 등장했지만, 여전히 그 끔찍한 실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더러운 뜬장 안에서 발정을 유도하는 주사와 강제 교배 등을 통해 대량 생산된 강아지들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경매에 넘겨진다. 그리고 전국 각지의 펫숍에 도착한다.

최근 이러한 강아지 번식장과 펫숍에 대한 폐지 목소리를 높이게 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월 4일 양평군 한 주택에서 60대의 남성이 1,500마리에 달하는 개들을 굶겨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의 휴대폰에서 애견숍 및 동물번식업자들의 번호가 대량 발견되었으며, 2020년 6월부터 최근까지 애견 경매장 등에서 상품가치가 떨어진 반려견들을 마리당 1만 원을 받고 데려와 굶겨 죽인 것으로 조사됐다.

번식장과 펫숍의 근원적인 문제는 생명체인 개와 고양이를 물건처럼 매매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에게 선택받지 못한 개와 고양이는 굶주림과 학대 속에서 폐기물처럼 처리된다. 판매자가 요구하는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번식장과 펫숍을 통해 동물 학대범 또한 개와 고양이를 소유할 수 있다. 강아지 공장과 펫숍의 이런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많은 동물권 단체에서 유기 동물 입양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 유기 동물 입양은 버림받은 아픔이 있는 동물에게 소중한 가족을 찾아주는 일이지만, 유기 동물에 대한 편견과 까다로운 입양 절차로 인해 선뜻 입양을 선택하지 못한다.

동물보호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이 유기 동물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대부분이 미디어를 통해 접한 내용을 토대로 유기동물을 생각한다. 미디어가 주로 다루는 유기동물의 이야기는 상처받거나 문제 있는 동물이다. 하지만 사실 대다수의 동물이 보호자가 이사를 가야해서, 동물 털 알레르기가 생겨서, 가족의 반대로 등의 이유로 유기된다. 해당 동물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버려지는 것만은 아니다. 또한 준비없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결국 유기동물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입양절차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유기 동물을 입양하기 전, 본인이 동물의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철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권소진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권소진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가족들과 충분한 협의가 되었는지, 환경이 바뀌어도 끝까지 보살 필 자신이 있는지, 경제적 부담의 준비가 되었는지, 반려동물의 단점까지도 사랑할 준비가 되었는지 등을 모두 고려해 봐야 한다.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유기견 보호소의 소장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진행자가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를 묻자, 소장님은 애처로운 표정으로 "그냥 강아지 기르지 마세요. 제발."이라고 했다. 그 한 문장이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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