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거 롯데시네마 성안점이 입점해 있던 씨유멀티플렉스. 건물의 97%가 비어있다. /중부매일DB 
과거 롯데시네마 성안점이 입점해 있던 씨유멀티플렉스. 건물의 97%가 비어있다. /중부매일DB 

과거 '본정통'으로 불리던 청주 성안길은 2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 5대 가두 상권 중 하나였다.

충북의 상당수 상인들은 성안길에서 가게를 임차해 장사하고, 돈을 벌어 본인 소유의 점포 한 칸 이라도 마련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IMF 시기를 겪고, 대기업의 대형점포가 잇따라 출점하면서 성안길은 활기를 잃었다.

특히 소비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지역의 최고 명소는 도심공동화의 전국 대표 사례로 전락했다.

성안길 상권 활성화를 주도했던 대형 건물들도 이런 상황을 비켜가지 못했다.

노른자위 입지로 꼽히던 '씨유'의 경우 97%가 공실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 1층과 지상 1·8층의 11개 매장을 제외하곤 모두 비었다.

이 건물에 2008년 개점한 롯데시네마는 젊은 층과 직장인들을 성안길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입장 관객수 감소로 지난 2020년 폐점했다.

부동산 공매포털 온비드에 따르면 씨유 건물 전체 466개 점포 중 91개가 공매로 나온 실정이다.

그나마 씨유의 상황은 인근 APM과 롯데 영플라자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APM과 영플라자는 각각 지난 2008년, 2020년 폐점해 도심 흉물이 됐다.

APM은 16년째 텅 빈 건물로 방치되고 있다.

녹슨 외벽에는 2천년 10월의 광고판이 여전히 붙어 있다.

이 건물의 몇 개 점포가 간간히 공매시장에 나오지만 거래자체가 실종됐다.

영플라자는 폐점 이후 주인인 롯데그룹이 활용방안을 강구중이지만 해결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문 앞 도로는 무단 주차로 이 건물의 현실을 대변한다.

과거 상권 활성화를 견인했던 건물들이 이처럼 쇄락하면서 성안길 전체가 오후 7시 이후에는 인적이 드물 정도다.

물론 이런 건물들은 민간영역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충북도는 김영환 지사의 계획으로 도심 활성화를 위해 미술관을 성안길에 마련한다고 했다.

도의회의 협조를 얻어 APM 건물을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다면 도심공동화의 대표적 해결책이 될 것이다.

롯데그룹이 손을 든 영플라자의 경우 롯데 측과 대화채널을 가동해 행정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

성안길에서 20년 넘게 영업한 A공인중개사는 "성안길은 현재 APM, 영플라자 등이 폐점한 후 방치돼 있다 보니 주변 상권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런 건물들이 활기를 되찾으면 지역 상권도 자연스레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경제계가 한계에 봉착했을 때 지원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지방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다.

지역 상권의 붕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가 적극 나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실행해야 한다.

서울의 명동, 대구의 동성로 등은 최근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한다.

민·관이 합심해 성안길이 슬럼화를 털고 청주시민이 여가와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길 바란다.

성안길 상권의 고용 능력, 지방세 납부 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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