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내란에 시달리는 가난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많은 아이들이 아사하고 있다는 뉴스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쟁으로 시달리고 독재자의 폭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의 아이들도 굶주림으로 휑한 모습이 영상으로 전해질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행복지수가 낮은 아프리카 국가의 경우가 그렇고 내란으로 혼란스러운 아프가니스탄이 그렇다. 그리고 전쟁의 참화를 겪고 있는 나라의 아이들이 그렇다.

굶주려야 하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운 좋게 풍요로운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을 감사해야 하는 것이고 빈국의 어린이들을 가엾게 여기고 도와야 하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의 형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을 적극 나서서 그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 규모를 유지하고 있기에 끼니를 걱정하는 아이들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금년도 보건복지부가 편성한 예산이 110조에 이르는 규모로 국가 전체 예산의 1/6을 넘는다. 복지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OECD의 주요 복지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 30%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한민국 안에서도 어느 지자체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서 지원의 규모가 달라진다.

우리 주변에는 끼니를 걱정하는 아이들이 있다. 결식아동 급식지원을 지자체가 하도록 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보조를 받아 시군이 예산을 투입하여 집행하고 있는 실정으로 지역에 따라 지원받는 액수가 다르다. 충북에서도 시군마다 차이가 있다. 옥천군은 급식 지원 단가 9천원으로 가장 높고 충주시는 8천원으로 1천원이나 차이가 난다. 충북의 전체 결식아동 중 5%가 세끼를 지원받는데 시 지역은 불과 0.3%에 불과하다. 충주시는 세끼를 지원받는 아동이 단 1명도 없다. 반면에 군 지역은 20%를 넘는다. 시 지역은 지원 대상 아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원 방식도 급식 전용 카드(푸르미 카드)를 제공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상처가 되지는 않는지 살펴야 하고 다른 시군이 제공하는 신용카드 방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복지의 시작은 스스로 재화를 창출할 수 없으며 부모의 돌봄조차 받을 수 없는 어린이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자신의 불운을 탓하는 아이들이 많은 사회는 선진국이 아니다. 자신의 처지가 어떻든 간에 절망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인도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이며 그것은 곧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우리도 선진국의 일원임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복지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라 할 것이다. 특히 정치권은 더욱 그렇다. 결식아동은 선거권이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서지도 않는다. 배고프다고 밥 먹게 해달라고 청원하지도 않는다. 아니 못하는 것이다. 그저 어른들의 처분을 기다릴 뿐이다. 그러므로 더욱 그들의 처지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세상을 원망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결식아동의 급식비 지원은 중앙정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정부로 미루어 지자체마다 다른 지원이 이루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어느 곳에 살든지 대한민국의 귀한 아동이기에 그렇다. 광역지자체 중에 유일하게 급식비지원을 기초지자체로 떠넘기고 있는 충북도는 이제라도 다른 광역지자체만큼이라도 기초지자체를 지원하여 고른 혜택이 결식아동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에서 끼니를 걱정하는 결식아동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출산율을 걱정하면서 이미 태어나 자라고 있는 아동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해서야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정치권은 깊이 반성하고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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