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권소진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지난 4월 4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세종시 조치원읍 행정복지센터 직원 2명과 사회복무요원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기초생활보장수급 신청을 한 이 남성이 심사에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담당 직원의 전화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폭언·폭행 등 민원인의 위법 행위는 2020년 4만 6천건, 2021년 5만 2천건 등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악성 민원에 대비해 지자체들은 각각의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청주시에서는 각 행정복지센터 별로 해마다 2차례씩 악성 민원인 대응훈련을 하고 있고, 증거 확보용으로 영상 촬영이 가능한 웨어러블 카메라를 보급했다.

행정안전부는 작년 1월 민원처리법을 개정해 민원처리 담당자 보호 조치를 의무화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민원처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안전한 민원환경 구축을 위한 안전장비 설치와 안전요원 배치 등 의무적 조치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개정된 민원처리법 시행령이 시행됐음에도, 세종 조치원읍 흉기 난동 사건 당시 안전 요원이 없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안전 요원 배치는 악성 민원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안전 요원의 존재 자체가 악성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에게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민원실 환경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직원과 시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이다.

일부 콜센터에 상담원 연결을 하면 사전에 "모든 통화 내용은 녹음되오니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가 나온다. 관공서의 행정전화에 이러한 자동 녹취시스템이 도입되면 민원인 폭언, 욕설 예방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악성 민원에 대한 증거 확보에도 용이하다. 현재 대부분의 공무원은 악성 민원인의 폭언과 욕설을 듣고 난 후에야 통화 녹음 안내를 하고 녹음을 시작한다. 예상치 못한 민원인의 폭언과 욕설에 당황해 아예 녹음 기능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직원도 대다수이다. 따라서 민원처리 행정전화에 대한 자동 녹취시스템 도입을 통해 악성 민원인의 언어폭력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권소진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권소진 청주시 청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다수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민원인의 부당한 요구와 갑질에 맞서기 보다 갈등이 커지지 않게 최대한 인내하라는 대화를 하곤 한다. 악성 민원인에 대한 피해 예방부터 사건의 처리까지, 대부분 공무원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관행으로 인해 악성 민원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폭언·폭력 등과 같은 범법행위에 해당하는 악성 민원을 근절하기 위해서 법적 조치 등 확실한 대응이 절실하다. 악성 민원에 대한 고소 고발을 위해 공무원에 대한 제도적 법률 지원이 필요하다. 민원인이 과한 요구를 반복하는 경우엔 일정 기간 내에 동일한 민원을 다시 제기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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