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아파트 재건축사업 추진과정을 두고 흔히 "복마전 같다"고 얘기한다.

사업 추진을 둘러싸고 불거지는 각종 비리와 잡음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아파트 철거업체 선정과 설계자·시공사 선정 등 각 과정과 절차마다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이권이 뒤따른다.

이같은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각종 부정과 비리로 얼룩지고 진흙탕 양상으로 치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충주에서 처음 추진되고 있는 용산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도 사업 초기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지은지 40여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지난 2018년 용산주공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설립해 저층아파트를 철거하고 이곳에 총 864세대의 아파트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사업 초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를 PM업체로 선정하고 이 업체를 통해 전반적인 재건축업무를 추진해 물의를 빚었다.

시공사 선정을 놓고도 사전에 조합원 명부가 업체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A업체가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이번에는 시공사의 말 바꾸기 논란으로 시끄럽다.

A업체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홍보책자에 '중도금 무이자'라는 문구를 명시했다.

이는 조합원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아주 유리한 조건이어서 결국 이 업체는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경쟁업체를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하지만 정작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에는 해당 조건을 약속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사가 얄팍한 말장난으로 조합원들을 기만했다"면서 집단행동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홍보문구를 보고 '중도금 무이자'라는 조건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약속하지 않았다는 시공사 측의 설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시공사의 애초 홍보의도 역시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이같은 민원을 접수한 충주시가 조합 측에 소명을 요구하자 조합도 뒤늦게 시공사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처럼 용산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둘러싼 조합원과 시공사의 갈등은 일촉즉발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용산주공아파트에 이어 충주에서 진행 중인 교현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도 벌써부터 각종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아파트 재건축사업은 각종 이권을 놓고 업체들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모든 추진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특히 각종 사업권 결정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조합 집행부는 철저한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또 조합원들의 보호나 권익을 위해 무한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조합 집행부가 매사 철저하고 공정하게 대처한다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와 부정을 막을 수 있다.

지금까지 아파트 재건축사업은 문제가 불거지면 수사기관이 나서 수사하고 비리에 연루된 관계자를 사법처리하는 순서가 관행처럼 진행돼왔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수 없이 반복돼 온 상황들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것은 소모적이고 어리석은 일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관계당국은 수수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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