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호정 청주시 남이면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공무원에 있어'인사'는 변화를 의미한다. 시에서 구청으로 동에서 면으로 바뀌는 환경적 변화와, 익숙한 업무에서 생소한 업무로 바뀌는 업무적 변화 등 '인사'에는 변화가 포함되어 있다. 나도 역시 이 '인사'를 통해서 시청에서 이곳 남이면 행정복지센터로, 아동복지업무에서 노인복지업무로 변화를 겪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늘 그렇듯 새로운 사실이나 잘못된 지식을 깨닫는 소중한 경험을 주는데, 지금의 경험에 결과는 바로 앞으로 말할 노인에 대한 인식과 나 자신, 그리고 인생의 황혼에 대한 생각의 변화이다.

이곳은 노인 비율이 높은 남이면이다. 인생은 반복이라고 했던가? 고등학교 3학년 '큰 엉아'가 졸업하면 대학교 1학년 '귀여운 막둥이'로 거듭나는 것처럼, 막 65세가 넘어 경로당에 등록하게 되면 식탁에 숟가락을 놔야 하는 '65세 젊은 피'로 거듭나는 그러한 곳이다.

언 뜻 보기엔 젊은 사람이 적어 면 행사나 직능단체의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어르신들이 연륜에서 나오는 경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넓은 면 곳곳에 열정적으로 손길을 주는 모습은 정말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고령화'라는 단어로 이 모습을 보편적이라고 치부하기엔 '동'과 다른 '면'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마을에 애착심을 가진 채로 자라 나이를 먹어서도 마을에'열정'을 가졌다고 할까?

흔히 말하는 인생 2막을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니 여러 생각을 들게 했다. 그 중 하나는 고백하건대 나의 불혹을 넘어선 나이는 인생의 황혼에 가까울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확연히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항상 내세워지는 모습이 젊음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명언이 있다. 젊음은 외적인 부분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젊음은 지금처럼 시들고 지친 지금의 내 모습보다도 이분들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말이 되어 버렸다. 깊은 산속에는 해가 일찍 지지만, 넓은 들판으로 나오면 곧 저물 것 같은 태양도 지평선까지 한참 거리가 남아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절대적인 시간과 모습은 젊음의 척도는 아닌 것 같다.

강호정 청주시 남이면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강호정 청주시 남이면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인턴'이라는 영화가 있다. 퇴직 후 무료한 삶을 살던 노인 '벤'이 다시 직장에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젊은 대표와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이다. 젊음의 패기만큼 연륜의 경험이 삶에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 삶에 얼마나 풍족함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곳 남이면에 있는 수많은 '벤'처럼 모든 분들이 가슴에 열정을 가지고 행복한 노년을 꿈꾸며 살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뷰티풀 라이프, 진정한 아름다운 인생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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