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법안 한달째 제자리… 지자체 사전예방 미흡 지적도

지난달 26일 서울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열린 임차인 재산보호와 주거안정지원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원희룔 국토부장관.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서울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열린 임차인 재산보호와 주거안정지원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원희룔 국토부장관. /연합뉴스

[중부매일 장중식 기자] 국회도, 정부도 막지 못했다. 지자체에서도 행동보다 말이 앞섰다.

지난달 26일 정부와 여당은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한다고 예고했다. 당시 27일로 예정된 발의 시간은 한달 째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4월 25일 서울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법안이 발의되면 야당이 제출한 특별법과 함께 상임위에 상정해 이번 주 안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채권 매입 등 이견이 있는 내용을 추후 논의하더라도 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데 공감했다.

정치권이 개정키로 한 관련 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주고, 경매를 원하지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을 매입하게 해 임대를 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정부는 올해 5조5천억원인 LH의 매입임대주택 예산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전세보증금 채권 매입은 정부안에 담기지 않았다.

당시 원 장관은 "사기 피해를 국가가 떠안는다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도 사기 범죄를 국가가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종시를 비롯, 서울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 사건이 터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행정수도 세종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국토부의 사전 조사와 경찰 수사로 이어진 세종발 전세사기 사건의 전말은 의외로 간단하다.

부부명의로 만들어진 부동산법인이 소규모 투자금으로 수십 채의 소형빌라와 연립,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매입한 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한 사건으로 요약된다.

피해자 대부분이 1억 내외의 전세보증금을 대출받아 월세보다 낮은 이자를 부담하는 세입자다. 이들이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부모로부터 일정부분을 증여(10년간 5천만원 이하 비과세), 또는 은행 또는 부모와 지인간 차입방식이다. 전자의 경우 금융권으로부터 시중 금리보다 낮은 전세자금(청년 우대 등)을 대출받은 사람이 대부분이고, 부모나 지인 등으로부터 차입(자금을 빌려받고 이자를 주는 방식)을 택한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들 부부가 써 먹은 ‘사기 수법’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을까로 모아진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소득 대비 지출한도를 규정하는 DTI조차 약발이 먹히지 않을 정도로 세종의 부동산은 롤로코스터, 그 자체다.

임대차 3법 또한 구멍이 뚫렸다. 해당 물건에 대한 선순위 권리설정(전세권, 임차등록 등 )과 대출한도 규제 외에는 감정평가 금액과 매입 후 임대에 따른 규제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쉬운 말로 1억원의 빌라 1채를 매입하기 위해서 종잣돈은 1~2천만원에 불과하다.

이번에 적발된 A씨 부부의 경우, 빌라나 연립, 도시형생활주택 10차를 매입하기 위한 자본금은 1억이면 충분하다. 은행대출이 필요없이 전세를 낀 물건만 골라 매입하는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필이면 왜 세종에서?

세종발 전세사기 사건을 바라 본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이 낮은 세종시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한 이유다.

세종시 전세가구 비율은 전국 평균 39.9%보다 높은 43.3%로, 서울과 경기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이와 달리 매매가 대비 전세가를 뜻하는 '전세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깡통 전세 등을 통한 사기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있다.

통계청이 분석한 지난 3월 기준 전세가율을 보면, 세종시는 47.8%로 전국 평균인 63.3%보다 크게 낮다. 울산(70.8%)과 광주(70.4%), 충남·북(각 67.9%), 강원(67.1%), 인천(66.2%), 대전(65.6%) 등의 순이다.

그럼에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세종시로 이주 수요가 적지 않은 만큼, 피해 가능성은 다분하다.

세종시는 타 지역에 비해 전세 가격이 낮아 사기 위험성도 낮다. 하지만 위혐요소는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대응책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피해 예상 위험군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과 공인중개사들이 상시 소통할 수 있고 정보 공유가 가능한 협의체가 필요하다. 전세임대자와 세입자 외 세종지역 중개업소에 대한 교육과 단속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일반금융과 다르게 전세대출은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 시세만 형성되면 한도없이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세종시의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예방간담회'를 마친 후 화이팅을 하는 모습. / 세종시의회
지난 11일 세종시의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예방간담회'를 마친 후 화이팅을 하는 모습. / 세종시의회

 

국토부-지자체, 사전 전수조사라도 했어야

국민의 주거안정 등 부동산 정책연구와 지도감독 권한이 주어진 국토교통부 또한 정부세종청사에 있다. 올 초부터 전국에서 부동산 전세사기사건이 드러나면서 정부와 지자체 발걸음이 빨라졌다.

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피해구제책도 중요하지만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명실상부한 한국의 행정중심도시를 만들겠다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를 품고도 이 같은 사건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고 내 놓은 지원대책은 1회성에 지나지 않는다.

아파트 값이 춤을 추는 동안 터지기 시작한 전세사기 사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반드시 선결되어야 한다.

공인중개 관련 종사자와 시민들을 위한 교육과 무료 강좌가 필요하다. 임대차보호법은 물론, 등기부 등본과 건축물 대장 열람 방법과 용도별 규제, 특히 대출한도 및 근저당 설정 등 기초적 상식과 안목을 배양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아파트 외 사각지대에 놓인 빌라와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 등 근린시설(상업지역 포함)의 위험성 등을 여과없이 설명하고, 부동산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지 못한 공직자는 직무유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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