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조성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

여성친화도시, 아동친화도시 등등 각종 OO도시 라는 명칭이 한 도시의 이미지 구축에 많은 기여를 한다.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고 전시행정이라는 일부 비판도 있지만 단체장의 관심이 반영된 추진사업들이 시정에 녹아들면서 좋은 영향을 발휘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여성, 아동, 안전 등 '먹고사는 문제'에서 빗겨간 주제일수록 도시 정책의 다양성과 건강함을 담보하게 할 수도 있다. 올해 초 청주 수암골에 목재친화도시 사업이 추진된다는 기사를 접하고 처음에는 이것이 어떤 종류의 도시'인증'사업인가 혹은 경관사업의 일환인가 하는 궁금증에 내용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이는 단순 인증사업은 아니고 일정 구역을 정해 우리 삼림에서 생산되는(혹은 버려지는) 목재를 도시 거리와 생활 SOC에 활용하도는 것인데, 산림청의 두 번째 선정에 수암골이 포함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무를 많이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탄소중립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목재친화도시가 실질적인 탄소저감 노력이라는 접근이 상당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라는 말이 체감되는 시기이다. 최근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상기상의 문제는 전인류세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친환경 정책과 국제적 약속 이행을 촉구하면서 최근에는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이 등장해 더욱 적극적으로 탄소 관리를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의 흡수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 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단순하게 배출량의 감소에 그치지 않고 보다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한 셈이다. 그 결과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탄소흡수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탄소흡수원이 바로 산림이다.

나무는 성장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뿜어낸다. 나무가 많으면 당연히 이산화탄소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나무의 수령이 너무 많으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일종의 '성능'이 감소한다. 특히 30년 이상된 나무들은 사실상 우리가 기대하는 탄소흡수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잘 키워진 나무가 건강한 숲을 만들고 또한 탄소배출 저감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리라.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베어진 나무라 하더라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해서 탄소가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나무 자체가 생장하는 과정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뿜어내기를 반복하면서 나무의 몸 속에 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목조건축 1천㎡를 조성하면 탄소 130t을 저장할 수 있으며, 탄소 대체효과도 270t에 달한다고 한다. 목재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저장할 수 있게되며, 철재나 콘크리트보다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게 되다 보니 벌목된 목재를 잘 활용하는 것도 탄소중립에 큰 기여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숲에서 난 나무는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과정에서 이동거리만큼 발생하는 탄소를 줄일 수 있으니 그 역시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이 된다. 지역의 목재를 활용한 목재화장실, 목재가로등, 목재가드레일, 목조 집수리, 우드옹벽, 우드주차장을 설치하면 도시 외관과 건물 실내를 꾸밀 수 있게 되고, 공원이나 거리를 목재로 전환하면서 자연스럽게 편안한 휴식공간의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조성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
조성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

탄소중립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때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안쓰기처럼 배출을 저감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탄소중립을 큰 불편을 감수하여야 하는 실천하기 어려운 일로 여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운송거리가 짧은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먹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건축재를 사용하고, 도심속 공원을 찾아서 도시 숲을 가꿔주기를 요구하는 일들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4년 뒤 수암골에 완성될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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