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2007년에 태어나 14년 동안 제대로 된 효도 한번 못 해서 미안해요 나 엄마 아빠 속 썩인 거 너무 많은데 가슴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나 부모님이 내 곁에서 위로해 줘서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

청주 여중생 사건으로 알려진 미소와 아름이 투신자살을 한 1년이 지난 2022년 5월 12일 청주지방법원 제203호실에서 미소의 유서를 엄마가 읽고 있었다. 이에 답하듯 2022년 6월 9일 재판장은 울먹이면서 판결문을 읽었고 피고인에게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또 1년이 지난 2023년 5월 12일 일상에 돌아온 나는 정신없이 바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통화를 하고, 상담을 하고 바쁜 척하며 애써 잊으면서 나는 평범의 일상을 찾아갔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저녁에 친구와 기울이는 소주 한 잔에 이 사건을 잊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무너졌고 가슴에서 머리로 향하는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며 별 수없이 다시 어른들의 사회에 제안을 한다.

최초 이 사건을 알았을 때 나는 3가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왜 교육청(학교장)에게 정식으로 성폭력 수사에 대한 통지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둘째 왜 아름은 분리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셋째 공무원들만으로 구성된 법적 대응이 효율적인가? 첫째 문제와 둘째 문제에 대해서는 입법 발의되었고 국회 계류 중이다. 국회 본회의 발언을 살펴보면 두 문제에 대해 다수의 국회의원이 공감하고 있으며, 몇몇 기술적 문제 (학교장에게 통지에 대해서는 조치를 삭제하는 방향, 분리조치에 대해서는 아동의 의사 존중과 관련된 문언)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금번 회기에 법안 통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셋째 문제의 해결은 집행의 문제로 보인다. 즉 입법을 추가로 하지 않아도 현행법 체계에서 가능하다. 각 지자체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들은 인원이 부족하고, 일에 치여 공무원이 학대받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이다. 공무원과 경찰에게 아동학대 관련 비송(민사는 아니지만 법원에서 다룬다) 사건 절차를 법규에 맞게 배워서 진행하라고 강요하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아동학대에 대한 현실의 해결은 멀고도 먼 길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이제 민관이 협력하여 아동학대와 관련한 법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떨까? 충북 관내의 지자체와 경찰, 교육청에게 제안을 해 본다. 그 방향으로 진행하면 일단 일을 해야 할 공무원들이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상담과 치료, 법률을 전문가에게 맡기면 아동학대 대응체계는 지금보다 촘촘하면서 실효성을 가질 것이다. 2년 전 청주 오창 여중생 미소와 아름이 심은 씨앗이 아동학대와 성폭력에 대한 현실적 열매로 맺기를 바라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아동 성폭력 수사의 교육청(학교장) 통지 그리고 보호자의 성폭력의 경우 아동의 즉시 분리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률 개정도 조속히 이루어지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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