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지현 청주시 상당보건소 감염병 대응과 주무관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앞두고 가정이나 학교, 회사에서는 냉방시설 가동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관리되지 않은 냉방기에서 유래하는 여름철 불청객 레지오넬라균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뉴욕 맨해튼과 아르헨티나 등 해외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으로 사망한 사례가 확인되었으며, '레지오넬라균'이 원인균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장기간 방치된 건물 등에서 폭염으로 인한 냉방기 사용 급증이 예상되어 레지오넬라증 발생률이 높을 것으로 우려된다.

에어컨 냉각탑, 자주 쓰지 않는 샤워기, 온탕, 가습기 등에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은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을 떠다니다가 호흡기로 들어가 폐 감염을 일으킨다. 가정집에서는 발생이 드물고, 사무실·병원·호텔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25~42℃ 정도의 따뜻한 물을 좋아해 자연ㆍ인공적 급수시설에서 흔히 발견되며, 여름에는 에어컨의 냉각수에서 급번식한다. 연중 언제든 산발적으로 발생하지만, 여름부터 초가을 내에 주로 발생하며 지역사회 폐렴의 원인균 중 세 번째에서 네 번째로 흔한 원인균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레지오넬라증의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에어컨 사용 시 두통, 마른기침, 발열 등의 증상이 같은 공간 내 집단으로 발생 되었다면 레지오넬라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면 폐렴 없이 경미한 증상을 나타내는 독감 형의 양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병·의원을 찾아 치료가 가능하며, 2~5일간 증상이 지속되다가 특별한 치료 없이도 호전될 수 있다.

반면 만성질환자· 암 환자· 장기 이식 환자· 노인 등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심각한 호흡기 증상과 감염증을 나타내는 폐렴 형의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사망률이 40~8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다. 레지오넬라증은 사람 간에 전파가 되지 않는 감염병이므로 환자의 격리는 필요 없지만, 감염원이 확인되는 경우 추가 환자를 찾기 위해 공동 노출자를 추적·관리하고 있다.

현재 레지오넬라증에 대한 예방접종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의 예방 수칙과 에어컨, 냉각탑 등의 환경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예방법으로는 ▲에어컨 필터 및 냉각핀 청소 ▲실외기 청소 ▲냉각탑 청소 및 소독 ▲호흡기에 사용되는 기구나 물 소독하여 사용 ▲보일러 또는 온수 탱크의 올바른 작동 확인, 깨끗하게 유지 관리 ▲잦은 환기로 신선한 공기 공급 등이 있다.

배지현 청주시 상당보건소 감염병 대응과 주무관
배지현 청주시 상당보건소 감염병 대응과 주무관

코로나19의 위기 경보 단계가 하향 조정됨에 따라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는 사회가 된 지금, 기침·발열과 같은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 내원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호흡기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여름을 맞이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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