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세종시의회 정례회에서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세종시의회
제53회 세종시의회 정례회에서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세종시의회

2023년 세종시의회는 말 그대로 ‘핫플레이스’ 그 자체였다. 인구 40만을 목전에 둔 특별자치시, 이른만큼이나 특별한 뉴스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동료의원 성 추행 사건’ 여파로 의장이 11여 개월만에 중도하차했다. 자진 사퇴가 아닌 국민의 힘 의원이 제출한 불신임안이 가결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소수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발의한 불신임안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졌다는 사실은 사안의 심각성이 무엇인가를 여실히 방증하는 사례라는 혹평까지 나왔다.

자진사퇴와 불신임결의안, 결과는 같지만 과정은 달랐다. 검찰의 기소에 따라 법정에서 진위가 가려지겠지만 민주당은 의장 외 시민의 신뢰를 잃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소수당인 국민의 힘 또한 마찬가지다. 상 의장 사태가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는 동안 의회 본회의장에서 불거진 욕설 파문으로 제2부의장이 불신임되는 사태를 초래했다.

당시 의사발언기회조차 박탈당했다고 주장한 제2부의장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 의원들의 주도로 불신임안이 전격 상정되어, 가결된 것이다.

의장과 부의장, 소속은 달랐지만 결과는 다를 게 없었다. 이유를 불문하고, 자신이 자초한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했다’는 혹평까지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세종시의회 의장에 재선인 더불어민주당 이순열(52) 의원이 추대됐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세종시당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전날 오후 시의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상병헌 전 의장 후임에 현 산업건설위원장인 이 의원을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후임 의장 선출을 위한 선거는 오는 15일 제83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상정될 예정이다. 이어 이 의원의 의장 추대에 따라 공석이 된 후임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은 초선인 민주당 이현정(40) 의원이 내정됐다.

공석인 국민의힘 몫인 제2부의장엔 김충식(62)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들이 새 지도부로 뽑히면 제4대 세종시의회 전반기인 내년 6월 30일까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현재 세종시의회 의석 분포는 민주당 13석, 국민의힘 7석이다. 여소여대의 중앙정치와 비슷한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세종시장도 국민의힘 소속이다.

전반기 의회 구성 1년이 되지 않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동안 시의회의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떠나 소모적 정쟁을 벌이는 모습이 중앙정치무대와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의원 스스로가 시민의 공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은 시민을 위한, 시민의 힘으로 써야 한다.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의원은 더 이상 시민의 공복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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