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구 설치·흥덕구 미설치

지난 8일 청주시 청원구 중앙초등학교 앞 맨홀 추락방지시설에 조성인 주무관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있다. / 이재규
지난 8일 청주시 청원구 중앙초등학교 앞 맨홀 추락방지시설에 조성인 주무관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있다. / 이재규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성인 남성 2명이 일어서도 꿈쩍하지 않을 만큼 튼튼합니다." 

지난 8일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중앙초등학교 앞. 시설점검에 나선 청원구청 조성인 주무관은 망설임 없이 뚜껑 열린 맨홀 안으로 발을 디뎠다. 그의 발이 닿은 곳은 길이 420㎜, 폭 30㎜의 추락방지시설, 안전장치 덕분에 그는 3m 아래 맨홀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았다. 

이 시설은 최소 200㎏을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왠만한 성인 남성 2명이 올라가도 거뜬히 버틴다. 체구가 작은 초등학생도 사다리 형태의 구조 덕분에 빠져나가지 못한다.

청주시 청원구는 올해 여름 국지성 폭우에 대비, 맨홀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했다. 설치 지역은 관내 초등학교 주변 등 추락위험이 높은 57개소(어린이보호구역과 횡단보도 등 어린이 취약장소, 맨홀 깊이가 1.5m 이상인 곳, 상습침수구역 등)다.

청원구는 추락방지시설 설치로 맨홀 뚜껑이 파손 이후 발생하는 추락 등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지난 8일 청주시 청원구 중앙초등학교 앞 맨홀 추락방지시설 내부 모습. / 이재규
지난 8일 청주시 청원구 중앙초등학교 앞 맨홀 추락방지시설 내부 모습. / 이재규

지역 주민 A(31)씨는 "지난해 서울 남매 맨홀 추락 사고를 뉴스로 접하고 비가 오면 맨홀 주변을 조심했던 기억이 있다"며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했다고 하니 한층 안심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철 폭우 때 맨홀 파손 사고가 있었던 흥덕구 복대가경시장 주변 맨홀은 이 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 

이곳 맨홀은 평소에도 물에 차 있을만큼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였다. 폭우가 내릴 경우 수압으로 인한 맨홀 파손 위험이 높다. 

좌판 상인 B(78·여)씨는 "매년 장마철이 되면 시장 곳곳이 물에 찬다"며 "물이 안차도록 배수시설을 정비하는 것이 먼저고,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렵다면 추락방지시설을 설치 등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맨홀 뚜껑이 파손된 8월 10일 오후 6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청주 명암동 112㎜, 복대동 100㎜, 미원면 76㎜, 청남대 66.5㎜ 등의 비가 내렸다. 

지난 8일 흥덕구 복대가경시장 앞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맨홀사이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 이재규
지난 8일 흥덕구 복대가경시장 앞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맨홀사이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 이재규

상황이 이렇지만 청원구를 제외한 3개 구청에서는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등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맨홀 파손사고는 시민들이 민원을 넣어야 알 수 있는 구조"라며 "폭우가 예상될 때는 구청이 순찰을 돌긴 하지만 행정력 한계로 모든 지역을 확인할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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