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상철 경제부 기자

지난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은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들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거침없이 치솟은 물가에 국민 삶은 더 팍팍해졌다. 5.1%, 작년 우리나라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올해 들어 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3%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작년 4월 이후 거침없이 오르던 고물가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서민 체감온도와 직결되는 공공요금과 외식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체리슈머'라는 단어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체리슈머란 체리피커(Cherry Picker)와 소비자(Consumer) 합성어다. 케이크에 올려진 달콤한 체리만 속 빼 먹듯 구매는 하지 않고 혜택만 챙기는 사람을 지칭하는 '체리피커'에 '소비자'를 더한 개념이다. 얌체 소비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체리피커보다 진일보해 전략적이고 계획적으로 소비를 하는 것을 뜻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23년 트렌드를 전망하며 내놓은 10대 키워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체리슈머는 과시 행위를 뜻하는 일명 플렉스(FLEX)와는 상반된 개념이다. 제품을 선택에 있어 비용 대비 합리성과 효율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둔다. 쉽게 말해 한 번 선택으로 최적 효율을 갖기 위해 전략적인 소비를 추구한다.

연일 지속되는 물가 상승에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체리슈머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리슈머 등장과 증가 배경으로 인플레이션과 1인 가구 증가를 꼽고 있다. 이들은 소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체리슈머들은 반쪽수박처럼 대용량보다는 자신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소량 구매하는 '조각 전략'.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입주민이 함께 음식을 주문 등 비용과 물건을 나누는 '반반 전략'. 장기 계약으로 매달 일정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아닌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계약해 유연성을 확보하는 '말랑 전략'으로 현 고물가 시대에 맞서고 있다.

특히 현재 체리슈머 확산은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청년층 소비 전략은 신조어와 소비 트렌드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체리슈머는 '짠테크족', '무지출 챌린지족'과 같이 소비를 차단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자신이 필요한 상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구매 방법을 전략적으로 세우기 때문이다.

박상철 사회경제부 기자
박상철 사회경제부 기자

고물가는 소비 패턴을 변화시켰다. 젊은 소비자들은 한정된 자원에서 최대한 효율을 내고자 노력한다. 무조건적 소비 거부가 아닌 자신 상황과 니즈 간 밸런스에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 내는 소비 습관을 스스로 찾아가고 있다. 이는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소비 습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는 소비도 전략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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